10월의 제주여행 첫째날 ( 다랑쉬 오름,다랑쉬 굴)
쑥부쟁이와 구절초 그리고 마가렛 및 데이지가 햇갈릴 때 마다 천양이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쑥부쟁이와 구절초와 벌개미취가 잘 구별되지 않고
나팔꽃과 메꽃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은사시나무와 자작나무가 잘 구별되지 않고
미모사와 신경초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안개와 는개가 잘 구별되지 않고
이슬비와 가랑비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가리와 두루미가 잘 구별되지 않고
개와 늑대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적당히 사는 것과 대충 사는 것이 잘 구별되지 않고
잡념 없는 사람과 잡음 없는 사람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평생 바라본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여행 첫째날의 여정을 기록해 본다.












10월의 제주라.. 처음이다. 이제 명퇴를 했으니 계절마다 새로운 제주를 보고싶었다. 특히 이번 제주여행에서는 무엇보다 트렌스 제주행사가 이미 끝나긴 했지만 10킬로 따라비 오름 코스가 완주코스로 있다는 것, 그리고 얼마전 제주에 사시는 남편 지인이 알려준 한라산 둘레길 시험림길이 열렸다는 것. 가을의 트레킹. 마음이 떠나기 며칠 전 부터 요즘 부스럼처럼 지치고 무료한 내 영혼에 붙어있는 가벼운 우울증세를 떨쳐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일이 필요하던차에 다시 시작하는 제주여행.. 제주여행은 매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여행 길동무는 명란샘. 취향과 속도가 비슷한 지인과 함께하니 마음과 몸이 가푼하다. 걷는 만큼 길이 내 정신에 남겨둘 새로운 지형과 지문들이 느껴진다.
첫째날 오후 12시경에 도착, 늘 점심식사하러 갔던 곳인 남춘식당은 애고 , 레노베이션중이라 너무 아쉽게 차를 돌려 북적이는 것이 6 25 사변은 절로 가라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제주 자매국수집으로 그냥 게으르게 선택해서 40분을 기다려서 그나마 맛이 위로가 되는 비빔국수와 고기국수를 훌라당 먹고 다랑쉬오름으로 향했다.
제주시 서귀포 세화리에 있는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할 만큼 자태가 우람하고 땀을 한사발을 흘러야 겨우 품고 있는 굼부리를 슬핏 보여주는 오름이다.
다랑쉬는 다랑쉬 오름에 오르면 성산포를 비롯한 제주 동부 해안선 일대와 바로 코앞에 있는 용눈이오름 (참고로 2023년 1월까지 개방되지 않음)과 크고 작은 오름들, 그리고 제주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인 사방팔방 탁 트인 녹색의 밭과 목초지 그리고 돌담, 밭고랑을 둘러싼 나무 숲들이 환하게 전망이 된다. 가을에 와서 새롭게 삐죽이 고개를 내민 보랏빛 당잔대 (이건 꼭 금초롱이 처럼 생겼다), 꽃향유( 라벤더같이 생김), 블루 데이지 (쑥부쟁이 같음)등속의 가을 들꽃을 볼 수있어 행복하다.
다랑쉬 오름에서 약 5분 거리에 지금도 버려진 채로 있는 다랑쉬 굴을 찾아가 잠시 4.3항쟁 때 희생된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랑쉬 라는 이름의 유래는 오름 굼부리에서 쟁반같은 보름달이 솟아 오르는 모습이 가관이라 그 모습에 빗대어 다랑쉬 즉 우러랑봉이라고도 하고 또 달은 높다는 의미이고 수리(쉬)는 봉우리를 뜻하는 말로서 높은 봉우리라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한다.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는 4.3항쟁 때 토벌대가 중산간 지대 마을 소개령을 내리고 불을 질러 버린 뒤 영원히 없어져 버린 마을이면서 항쟁 당시 수 없이 관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된 무고한 민간인들이 몇대째 대를 이어오며 무성한 대나무숲과 200년 넘은 팽나무들이 우람하게 서있는 마을에 살았던 전설같이 오래 된 마을이었을 것이다. 4.3당시 천연 용암동굴이었던 폭이 겨우 사람 한사람이 들어가고 가로 세로 13미터와 18미터인 이 굴에 토벌을 피해 숨어들어온 마을 사람 15명이 결국은 토벌대가 피운 연기에 질식이 되어 숨진 슬프고도 처참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문민정권 이후 복권이 되고 피해보상이 일부 되었다하지만 그 시절 무참하게 권력에 의해 살해당하고 가문이 멸족이 되면서 연좌제에 의해 삶이 통채로 도륙당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다 보상하고 위로할 것인가. 무엇보다 그들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것은 그들이 내걸었던 민주와 통일을 위한 정치적인 의지와 목적이 제대로 평가되고 복권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다크 트워리즘으로 4.3유적지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제주에 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