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제주여행 나흘쨰 (한라산시험림길 15킬로)
코스 : 이승이오름 주차장- 한라산 둘레길 5구간 수악길 (2.62킬로)-사려니길 물찻오름6.8킬러)-사려니 월든삼거리 (1.2킬로)- 붉은오름 시작지점 (3.6킬로)
얼마전 트랜스 제주코스가 참가자들에게 개방되면서 처음으로 시험림길이 일반에게 공개되었던 것 같다. 올 해에는 10월 까지만 열렸다가 다시 2023년 봄까지 폐쇄되고 여름에 잠시 공개되었다 겨울철에 오픈된다고 하니 제주 한라산 둘레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절호의 방문기회가 온 것이다. 시험림 길은 삵괭이가 서식한다고 붙여진 ‘이슥이오름’ 호은 이승이 오름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이승이 오름에서 내리면 안돼고 이승이 오름 탐방 주차장이라는 작은 소로길을 10여분 정도 드라이브해 오면 이런 안내판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런지 작은 소로길의 적여로움을 느낄 수 있어 무척 한가롭다.

이승이 오름 길을 향해 돌계단을 올라가면 오름을 하기도 하지만 긴 여정상 한라산 둘레길 5구간 수악길코스로 접어들 수 있다.

수악길이 열리는 곳에 있는 키큰 삼나무 숲길이 마치 꿈길 처럼 열려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고단한 여정의 첫길을 인심좋게 선사한다.


이승악 지점에서 출발했으니 수악길까지 약 3킬로를 걸어서 오면 사려니숲길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사려니 숲길 까지 가는 이 길이 이번에 일반에게 오랫만에 개방된 시험림길이다. 시험림길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연구를 목적으로 운영중인 한남시험림 내 삼나무림, 편백림길등 특색있는 숲길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려니 숲길을 만나기 까지 포장도로가 약 5킬로가 넘게 이어져 있고 주저 앉아 쉴 수 있는 탐방객 용 벤취가 없어 힘들었다.

시험림길의 하이라이트가 이 삼나무길인 것 같다. 긴 포장도로를 걸어서 오다 지쳐서 다리쉼을 하고 싶지만 벤취가 없어 힘들어 하며 걷다보니 갑자기 확 나타난 삼나무길의 위용은 실로 압도적이다. 약 200 미터 정도 이어지는 거대한 짙은 녹음의 삼나무숲은 어둑어둑하지만 마치 어머니나 아버지의 품안에 넉넉히 안기는 느낌이라할까.

딱딱한 포장도로를 한시간 넘게 걷다 사려니숲길로 향하는 입구 부터는 다시 푹신한 황포가 깔려 있는 숲길이 시작되면서 행복시작이다. 그 전에 따라비 오름 때 미처 준비하지 못한 간식과 점심으로 배를 곯아가며 걸었던 기억으로 이번에는 오메기 떡과 과일을 넉넉히 가져와 숲길 초입에 놓인 벤취에서 맛있게 먹고 다시 지친 다리를 끌며 걷는다. 이 길은 시험림길로 난 길이어서 붉은오름으로 올려오다 보면 물찻오름으로 꺽이는 곳에서 통행제한된 길이다. 즉 이길이 끝난 지점에서 붉은오름길에서 시작되는 사려니숲길로 쭉 이어진다. 이길에서 물찻오름이 시작되는 곳 까지 약 2킬로 그리고 거기에서 월든삼거리를 지나 붉은오름시작시점까지 약 3.6킬로를 걸어가야한다. 붉은 오름의 너른 길은 좁은 숲길이 주는 안온함은 아니지만 유달리 붉은 흙이 주는 생명력과 숲길 옆에 길게 도열한 산수국이 있어 아기자기..특히 미로숲길에 있는 하늘높이 뻗어있는 삼나무 숲길은 정말 너무 든든한 식구같은 느낌이다.

트레킹하면서 갖게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 들꽃들. 이 금초롱이 처럼 생긴 앙증맞은 꽃은 다랑쉬오름길에 많이 피어있었던 당잔대라는 귀한 꽃이라 한다.
뭐니뭐니해도 꽃은 보랏빛도는 꽃이 제일 이쁜 것 같다.


쑥부쟁이. 데이지와 구절초, 그리고 개미취와 이웃사촌처럼 생긴 꽃. 제주의 맑은 가을하늘과 싱그러운 덤불사이에서 고개를 수줍게 내밀고 있는 촌뜨기 같은 소박한 꽃.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내려다본다.

얼마전 강신주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책을 읽다 보니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엘리너 오스트롬이 쓴 << 공유이 비극을 넘어>> 라는 책에서 그는 생태나 자연을 국가가 관리했을 때 더 많이 파괴된다고 했다. 어부들 한테 호수를 관리하게 하니까 호수가 파괴되지 않는 다는 것을 목격했다. 생태나 환경문제 에 대한 국가의 관리가 중요한 것이 아리나, 이해당사자나 거기서 물고기를 잡는 생산자들이 평의회를 만들고, 규칙을 정해서 보호도 하고, 물고기 잡는 양도 서로 감시를 했더니 호수가 보존되더라는 거다. 사적으로 경쟁하도록 놓아두고, 국가가 개입하면 호수생태가 파괴가 된다는 거다. 살아가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다. 농부들에게 농지관련법을, 노동자들에게 노동관련입법권을 교사들에게 교육정책수립권을.. 꿈만 같은 일일까. 갈수록 시민의 정치적인 참여와 민주적인 통제가 사회를 더 건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처럼 제주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자유롭게 오픈해서 공유재로 주어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놔둬야 되는데 신라호텔 이용자들에게 개방되는 곳이라 하니 짜증이 나서 편치않은 맘으로 슬쩍 들어가 본 바다모습..

장례의식은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 할 수 있겠다. 죽은자들이 안식을 취하는 묘지를 방문하는 것이 결국은 삶의 마지막에 닿는 죽음이라는 실존적인 질문에 가만히 귀울여보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적요함 이런 느낌이 난 좋다. 그리고 석관묘의 답답함이 아니라 부드러운 흙으로 매장을 하는 한국식 묘지가 더 마음에 든다. 제주의 묘는 정겹다. 대부분 가족과 함께 농사짓던 밭에 담을 두르고 묘지를 만들거나 가까운 오름에 묘를 만들면서 항상 묘 둘레게 짐승들의 침입을 막기위한 산담을 둘러 더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묘는 이처럼 동자석이 비석을 중심으로 나란히 놓여서 죽은이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것이다.

무장애나눔길… 얼마전에는 없었던 데크길이 붉은 오름길 초입에 놓여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을 위해 마련이 된듯하다.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모든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좀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표가 아닐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