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제주여행 사흘째 (화순곶자왈 생태림과 한담해변 노을)
세째날 (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
생태탐방입구- 평상-돌계단-방사탑-(450 미터)-홈밭동산 전망대입구(230미터)-곶자왈 조망터(180미터)-소나무숲길(164미터)-운동장-220미터)-안덕면 문화마을(300미터)
화순 곶자왈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난대림 생태림으로 구성된 곶자왈로 유일무이한 희귀난대성 식물과 나무들로 군락지를 이룬 곳이다. 이곳 입구에서 부터 만난 새덕이나무, 이나무, 때죽나무, 초피나무, 생갈나무 , 팽나무 등등. 깊은 열대정글을 들어 온 느낌이랄까. 화순리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일군 이곳 곶자왈 길은 국가에서 보존차원에서 공유지로 매입하여 관리하고 있다한다. 개인 사유지인 곳들이 갈수록 대대손손 자손들에게 자연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국가나 지방당국이 매입해서 공유지로 관리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화순곶자왈은 지금도 말과 소들이 지나다니는 갑마장길인가 보다. 트래킹을 위해 깔아 둔 황포 위에 무더기로 싸둔 말똥마저도 정겹고 귀엽다. 다만 길이 중간에 문화마을에서 끝나버려서 헤메이다 안덕면 119센터에 근무하시는 친절한 소방관 아저씨들의 친절과 배려로 차를 얻어타고 정차된 차가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어서 너무 감사. 다음에는 맞은편에 있는 화순곶자왈 탐방로를 가봐야겠다. 산방산 뽀짝 옆에 있는 맛있는 해물뚝배기를 파는 산방산 초가집에서 싱싱한 전복이 3개나 들어있는 알찬 뚝배기를 맛있게 먹고 지금처럼 근방 포레스트 제이 라는 카페에 들러 가을날씨치고는 더워서 그런지 아직 힘이 펄펄한 모기에 피를 헌납하면서 옛축사를 슬쩍 개조한 녹슨 양철지붕 야외카페에서 여행 중간 정리를 하고있다.
잠깐의 휴식후 찾아 간 한담해변길 조선시대 대 표해록을 쓴 장한철 학자를 기리는 길로 조성돼었는데 근처 토비스 콘도 이용권을 20여년전 구입해 이용해온 터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 이곳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후 일몰이 물들이는 하늘은 청녹빛에 가려져 있던 태양이 서서히 바닷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과정에서 붉은 물감이 서서히 번지는 색감의 변화를 너무도 아름다운 파로라마로 장식해서 넋을 잃고 선셋이라는 카페에서 바라보았다. 매일 와서 보고싶은 장면이다.





머체는 돌무더기 라는 제주방언으로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돌무더기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주변에 쌓인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독특한 형상의 돌무더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돌무더기 주위에는 곶자왈숲처럼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주 특유의 식생이 형성되어 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을 궂이 두분류로 나누라면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다. 걸음은 자신에게 주어진 원시의 힘으로 무한을 향해 자신을 넘어가는 것이라 늘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힘으로 요지부동의 세상속으로 덜 고통스럽게 천천히 주눅들지않고 걸어 들어갈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걸으면서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은 속도의 경쟁으로 낙오되어 누더기로 처량해진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라고.

언젠가 부터 우리는 샛길, 오솔길, 골목길을 잃어버리고 큰길, 고속도로, 사방이 뻥 뚫린 길들이 있는 곳들에서 살게 되었을까.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편의성과 자본의 고속성장을 위한 삶의 패턴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아파트라는 공동주거공간과 그 길들을 오가는 차로들의 확보, 그리고 빠르게 공장이니 학교니 사업장으로의 이동, 겨우 숨을 돌리고 다시 일상의 빠른 질주 속으로 돌아가기 위한 식당과 카페를 위한 도시가 구획되면서 부터 동네와 동네를 잇는 샛길과 자연속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오솔길, 그리고 골목길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올레길이며 둘레길에 대한 거의 무의식적인 그리움과 위로감이 있는것 같다.

삶은 현재를 살지만 금새 과거로 남겨진다. 내가 본것 ,그리고 느낀 것을 그저 사진으로 간직하기엔 여행의 즐거움이 너무 짧고 아쉽다. 생각을 정리하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것. 롤랑바르트 프랑스 인문학자의 말처럼 기록되지 않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여행친구는 10년 전에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슬쩍 들렀던 당근케익을 만들던 가게가 아직도 그곳에 여전한 모습으로 있다고 뛸듯이 기뻐했다. 몇년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정다운 단골가게가 요즘들어 부쩍 많아서일까. 이렇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는 가게가 있다는 것 만으로 너무나 큰 감동이고 기쁨이다. 오래된 것은 좋은 것일 때가 많다. 이곳에서는 너무가 근사하고 우아하신 올백의 멋쟁이 제빵사가 맛있는 당근 케익을 만드신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쩜 우리는 환상없이 하루도 삶을 살 수 없을것이라고. 그것이 신기루이든 불가지론적인 세계든. 생을 받고 돌려주는 것 그 자체가 환이 아닌가.검은 여를 껴안고 저멀리 수억 만년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태양. 그 앞에 서면 나는 포말로 부서지는 작은 점으로 사라진다.

해넘이. 제주의 저물녁 석양은 황홀하다. 그것도 한담해변의 해넘이 석양은 어느 뺴어난 화가도 흉내내지 못할 것 같은 장엄한 색체의 향연이다. 잿빛과 진홍색이 서로 섞이고 얽히면서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태양을 옹위하고 있다. 그 색체의 변화에 다들 넋을 잃고 탄성을 지른다.

한담해변 저녁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해변가에 몰려오지만 목좋은 곳에는 카페들이 이미 장사를 위해 자리를 독차지 하고 있는지라 한가하게 앉아서 하염없이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 마저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공유공간은 모든 이들에게 공짜로 주어져야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