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조세희선생님이 돌아가시다

숨그네 2022. 12. 27. 14:45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일 어려운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 두 번째로 어려운 것은 안 쓰는 것, 그리고 세 번째로 어려운 것은 침묵.
나는 평생 져온 사람이지만 다만 한 가지는 이겼어. 안 쓰는 것 나 자신에게 건 싸움이었어 “
그의 절필과 침묵은 언어를 배반하고 세상의 오염된 언어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외면한 이들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자 쓰지 않고 말하지 않는 침묵으로 세상에 대해 더 크게 말하는 역설의 파토스인 것이다.
영혼 없이 세상에 난무하는 글과 말에 슬프도록 자신의 언어를 침묵으로 지켜내며 새삼 진정성 있는 글이란 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선생님의 영전에 깊게 고개 숙인다. 여전히 세상에 버려지고 걷어 차이며 작은 공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난쟁이들이 오늘도 분투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다.


어려운 절망과 환멸의 시대에 기댈 수 있는 깃발이 되어주신 시대의 어른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나고 있고 그 빈자리에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사악한 정치인들과 극우단체즐이 득세하고 있는 난세에 그의 죽음은 더욱 무겁고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