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다음 소희 ..그들의 죽음을 막아야한다. 모든 학교에서 이 영화를 보길 희망한다.

숨그네 2023. 2. 11. 10:38

봄꽃이 기지개를 켜며 부지런히 해빙된 땅으로부터 물을 가지 끝으로 뿌옇게 올리고 있는 2월의 어느 이른 봄날 친구와 함께 '다음 소희'를 보러 갔다. 영화관은 예상했던 대로 관객들이 드문드문 들어 휑한 분위기에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퇴직 전 중 3 진학부장을 몇 년간 담당하였다.  학기 초부터 인근 지방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 홍보담당 교사들이 부리나케 중학교를 방문하며 학생들 모집을 하고 다녔다. 대체로 인문고등학교에 진학할 의사가 없는 학생들과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조기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모집대상이었다. 대부분 홍보팀 교사들은 특성화 고등학교의 운영과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취업상황등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어는 학교도 현장실습과 노동조건, 그리고 최소한 근로계약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민주정부가 탄생하면서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청 팀이 구성되고 예산이 편성되어 운영되고 있었고 다행스럽게 '노동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일부 관심 있는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오는 공문을 보고 학기 초에 신청할 수 있었다. 노동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단기적이고 내용도 알차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작이었고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그나마 다행스럽게 노동의 기본권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지만 언젠가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노동시장에 대다수 학생들이 진출해야 하고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주장하고 무소불위의 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권을 위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니까.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나마 학교현장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마저 현 정부는 지원예산을 축소하고 해당 부서를 없애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필수노동력이라 말만 하면서 아직도 학교는 인문과 실업교육을 이분화시키면서 실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대책을 간구하지 않는다. 인문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살인적인 학습노동으로 시들시들해가고 특성화고등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이른 나이에 열패감과 패배의식을 안고 주변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의 신성함은 그저 이론이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자부심을 갖게 하려면 그 가치에 맞는 노동조건과 제대도된 보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임금과 정서적인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임금체계를 확보해야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과연 어디에서부터 바꿔나가야 하나라는 절망적인 한숨과 아무것도 모른 채 마치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과 같은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파서 고통스러웠다.

대한민국의 근로 복지공단이 산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 0 으로 발표했다고 그러는데 얼마나 파렴치한 숫자인가. 
다음 소희는 지금 현재 노동현장에서 죽고 있는 어린 노동자들이 지금 당장 해당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죽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아프게 하고 있다. 현재 "현장실습 사고방지법"이 13개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법안심사도 안되고 계류되어 있다고 한다. 속이 타들어간다. 그리고 학교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과 부채의식으로 더욱더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요즘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진보언론에서 다음소희 영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영화는 모든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해야 한다. 한겨레 최혜정기자가 쓴 "현장실습 60년 , 멈춰야 할 '다음소희'글을 공유한다. 


2017년 1월 엘지유플러스(LGU+) 하청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마이스터고 재학생 홍수연(당시 18살)양이 실습 5개월 만에 전주의 한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그는 실습생 신분임에도 이른바 ‘욕받이 부서’라고 불리는 해지방어팀에 배치됐고, 폭언과 실적 압박, 부당한 저임금 등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홍양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다음 소희>는 현장실습 명목으로 자행되는 착취 현장을 ‘완주생명과학고 애완동물관리학과 3학년 김소희’를 통해 보여준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현장실습 제도는 19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산업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후 교육보다는 산업·경제정책의 필요에 따라 ‘학생 인력’을 활용하는 목적으로 이용됐다. 2005년 실습생 사망 사고 뒤 참여정부는 이듬해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통해 사실상 업체 파견형 실습을 폐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자율화 명목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 무리한 취업률 목표치를 제시하며 학교를 압박했고, 목표치 미달학교 통폐합 계획까지 내놓았다.

실습생들은 열악한 현장에서 중대재해와 인권침해에 내몰렸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지고(2011년), 폭풍우 속 작업선이 전복되어(2012년) 숨졌다. 야간근무 중 공장 지붕 붕괴(2014년)로 목숨을 잃고, 제품 적재기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2017년), 12㎏ 납덩이를 허리에 매고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지는 일(2021년)이 이어졌다. 공장 내 집단 괴롭힘(2015년) 끝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도 있다. 모두 고3 학생들이다.

정부는 사고가 생기면 급히 대책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 제도를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학생 보호는 교육부·노동부의 감독 책임이 불분명하거나 유명무실하다. 국회에는 개선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지만 진전되지 않는다.
영화 <다음 소희>는 ‘저임금 인력파견소’로 전락한 학교와 이를 방치하는 정부, 실습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여기는 기업을 고발한다. 소희의 죽음을 쫓는 형사 유진은 같은 처지의 소희 친구 태준에게 말한다. “누구한테라도 말해. 괜찮아.” 우리 주변의 수많은 ‘소희’를 ‘다음 소희’로 만들지 않을 책임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