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굴강의 오후

숨그네 2020. 3. 23. 13:28

여수 신잘로 늘씬하게 뻗은

허리 한 모퉁이 끼고 돌아

느닷없이

가슴설레게 하는 바람이

그러하듯

굴강이 바다를 껴안고 있더라

어미의 자궁을 그리워하드 그 강 지나

세검정,

한 백년전 젊은 혼들이

나무를 다듬고 쇠글 담금질 하여

배를 띄웠을 곳

낡은 목선 두어척 유물인냥

텅빈 선착장에 버려져 있고

그림자 두터워 지는 갯벌위에

철새 무리지어 더욱 쓸쓸한데

개도 막걸리 사발 앞어 두고

사내 몇 훵한 눈길 황급히 쓸며

봄 햇살 두어점 안주하여 마신다

한 백년 살다 보면 쓸쓸함을 쓸쓸함으로

달랠 수 있을까

때론 말없는 역사가 더 실감 날 때가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