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세븐 세컨즈

숨그네 2022. 3. 26. 12:01

눈구덩이에 마치 들개처럼 뺑소니 사고 후 처참하게 버려진 흑인 소년 브랜튼 버틀러....

다른 범죄드라마 보다 이번 미국 드라마시지즈 세븐 세컨즈는 단순히 미국내의 흑인차별과 부패경찰, 편파적이면서 백인중산층 중심의 비합리적인 사법체계의 문제를 들여달보는 것도 있지만 그 서사를 지탱하는 인간들의 사회심리적인 실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보다 버틀러의 죽음을 둘러싸고 가족들, 엄마, 아빠, 삼촌, 그리고 가정학대를 경험한 뻉소니 마약단속 경찰관, 자신의 심리적 나약함과 직업적인 실패로 인한 자기연민성 알콜중독 검사 케이제이, 양심과 진실보다는 생계와 네포티즘을 우선시하는 직장동료들 그리고 배신등을 다각적으로 보면서 그들의 생존 생태계에서 결코 쉽게 해답을 내놓지 않고 냉정하게 이게 삶이야 라며 매몰차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감독과 작가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뭔가 희망적인 변화의 메세지를 줘야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 때문에 다음 시즌이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간 바닷가에서 갈매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쉽어한 버틀러, 그래서 갈매기를 매번 그리고 그걸 오려서 품에 갖고 다니며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버틀러, 마지막엔 동성친구의 자전거 바퀴에 매달아 두었던 갈매기그림,.. 결국 피투성이가 되어 흰 눈밭에 쓰러진 그의 자전거와 갈매기, 그리고 버틀러... 그의 외로움 때문에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모든 가족사는 왜 이렇게 잔혹한가....

세븐 세컨즈, 7초..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시간.

죽음을 거둬들이고 그를 삶으로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짧은 시간 7초.. 하지만 이시간에 형사는 그리고 동료들은 잠재적인 마약거래소년일 것이라고 .. 그리고 흑인소년이고.. 그를 그대로 두고 대신 법정에서 증언했듯이, 그 피투성이 눈밭 너머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둔덕에서 보고있었다고 7초의 시간에.. 얼마나 참혹한 아이러니인가. 

버틀러의 죽음에 진실되게 다가가는 일은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범죄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부분이 나는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아닌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