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리산 노고단 그리고...

숨그네 2022. 5. 10. 14:06

살아가면서 고마워하는 일들이 많지만 그중 고마운 것은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을 견디며 사시사철 젊음과 늙음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자연과 그 자연을 인간과 가깝게 하기 위해  대크를 놓고 위태로운 곳에는 난간을 만들기도 하는 노동자들이 제일 고맙다. 간혹 인생사가 허무하고 권태롭게 생각들 때면 창문너머 하루하루 높아져 가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거대한 크레인과 함께 보이지 않게 개미처럼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피와 땀을 갈아넣어 노동하는 이들의 모습과 이렇게 울울창창하게 무심히 할일을 다 하고 있는 자연을 대하다 보면 한가롭게 권태와 우울을 느끼는 내 자신이 좀 부끄러워지고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해 본다. 노고단 고개는 고맙게도 성삼재에서 왕복 6킬로 정도로 걸어서 두어시간이면  갈 수 있는 봉우리로 수년전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있는 곳 부터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데크가 약 1킬로 정도 놓여있어 장대한 자연과 접할 수가 있다. 이곳까지 힘들어 오르느라 헉헉대며 아빠를 따라온 십대의 짜증과 오랜만의 산행으로 지친 다리의 뭉친 근육을 첩첩겹쳐진 산맥들의 웅장함과 저멀리 마치 실개천처럼 작게 보이는 섬진강과 그곳에 낮게 엎드려 있는 사람사는 동네들의 포근함으로 단번에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 항상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에 우리는 공명하게 되어있으니까. 노고단고개를 반나절에 오르내릴 수 있는 거리에 산다는 것이 정말 고맙다. 삶에 무력감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많이 떨어질때는 간혹 가까운 산이나 여유가 있다면 이렇게 높은 산에 오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