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다
서울시 서대문구로 아이들이 이사를 했다. 남도를 거슬러 올라간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울에 장마비를 거세게 내리게 한 6월 말에 비를 뚫고 필요한 살림도구 몇가지를 챙겨 박스를 만들어 장시간 차를 몰아 서울에 갔다. 다행히 아이들이 이사를 한 7월 1일은 비가 잦아들고 말갛고 눈부시게 환한 한여름의 태양이 작렬했다. 5년여의 원룸생활을 견뎌낸 둘째 아들의 짐을 풀면서 좀 울컥했다. 침대베드는 곰팡이가 피고 통풍되지 않아서 주변에 엉킨 먼지와 냄세가 진동했다. 한평남짓한 요즘 젊은이들의 원룸생활은 물론 고시촌 방보다는 좀 낫겠지만 한방에 모든 살림도구를 놓고 빨랫감을 말리고 이불과 옷을 쌓아두고 부실한 음식을 조리하면서 생긴 냄세와 잘 말리지 않은 세탁물에서 나는 섬유유연제냄세와 세탁세제 냄세. 충분히 세탁되지 않아 누렇게 변색된 옷들. 그저 피곤한 몸을 누이는 곳. 편의점에서 사서 먹는 햇반과 반찬들, 간혹 엄마표 김치와 반찬들은 냉장고에서 신선도를 잃은 채 빼짝 말라있는. 부모의 품을 떠나 서울나 서울인근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원룸생활을 하는 고단한 젊은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이삿짐에 실려왔다. 이제 인간답게 살 수 있겠다며 연신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면서 이제 이 아이들에게 진짜 부모로 부터 독립된 그들만의 살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기분이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곁을 떠나는 것이 실감이 되어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키아에서 배송되어 온 테이블이며 의자, 소파를 5시간에 걸쳐 꼼꼼하고 신중하게 메뉴얼을 보며 조립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엄마인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잘 하고 있는 것이 생경하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그들만의 삶을 준비하고 잘 살아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