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상의 아름다움. 유영국 그림 전시회를 가다.
숨그네
2022. 8. 4. 11:23
삶은 그렇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비가 질척거리더니 마침내 물고랑을 큰 호흡으로 덮치고 냅다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물줄기처럼 서울 거리를 휩쓸고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우리의 걸음을 이리저리 재촉하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별일 없이 끈질긴 일상의 덧없음에 정신 팔려서 보지 못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예기치 못한 자연의 힘이나 상황에 떠밀려 어는 순간 번개처럼 일순간 정수리를 때리는 일을 하기도 또는 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건희 컬랙션 전에서 유영국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나고"와 이 색감과 구도는 뭐지." 둘 다 마음을 휘잡는 그의 작품에 빨려 들어간 적이 있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불가사의하게 폭우 속에서 걸음을 재촉해 간 곳이 그의 20주년 전시회였다. 기획전시회답게 전시공간도 우산을 다시 펼치고 다음 공간으로 이동해서 보는 것까지 연출했나 싶을 정도로 공간구성이 세련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계단참에 넋 놓고 앉아 있는 40 대 아주머니의 모습이나 친구낭와 배낭여행을 와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감상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 친구에게 작가의 일대기를 이야기해주는 어느 30대 여자의 모습, 그 모든 것이 작품과 더불어 예술처럼 느껴졌다. 구상은 현실의 재현이지만 사실적인 묘사 너머 서사구조를 갖지 않은 이상 우리의 상상력을 제안한다. 반면에 추상은 작가가 의도하는 것 너머로 우리 모두 자유롭게 인식의 바다를 출렁거리며 사유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