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럽게 연인의 속살을 애무하듯
다가오듯 말 듯 머뭇거리며 잠시 머물다
가뭇없이 멀리 사라진다
이 부드러움은 사라지기 위해 있는 것인가
오직 기억 속에서 머물기 위해?

부드러움은 아주 다양한 그림을 그리듯
모래 사이를 유영하며 아주 작은 흔적을 남긴다
되돌아오는 파도에 붓을 넘기면서
슬며시 뒤로 빠져나간다
파도가 미끄러지듯 오가는 모래 위에 시간이 무수한 포말로 쏟아진다

부드러움은 거품처럼 하염없이 간지럽고
무어라 속살거리는 무한한 존재의 늪속으로
나를 잡아당기며 혼미하게 한다

바다 저너머를 볼 수 없어
우린 새의 눈처럼 작은 심장을 가졌을까
심장의 고동소리에 실려 나는 저 바다 너머 우주 끝까지
퍼덕거리며 간다

검은 여
이렇게 둥글게 모서리를 깎이려면
얼마동안 파도와 부드러운 사랑을 해야 하나
아니 사나운 포옹을 해야 하나

이렇게 수억만 번 뒤섞이며
무한반복 하는 게 자연의 섭리라면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해하게 조용히 그를 바라보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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