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이야기 9

전주 동네 책방 순례 "잘익은 언어들"

내년부터 전국지역서점에서 문화행사를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라 한다.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모하여 진행하던 문화활동사업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단다. 그 외도 파주 출판도서 지원 전액삭감, 인문학강연, 출판사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사라진다고 한다. 독서동아리 지원 및 책의 해 지원도 증발한다니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암흑의 시대가 온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인공지능시대를 가능하게 한 것도 인문적 상상력을 키워낸 독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던가. 더더구나 갈수록 영상 및 미디어가 우리의 자발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들과 역량들을 잠식하고 있는 시대에 책과 독서를 장려하는 정책의 증발은 21세기형 지적미개인들을 만들어 AI 주도산업에 종속적인 존재로 전락하..

책방순례-속초 문우당

속초 문우당-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담아내는 큰 숲을 담은 지역서점, 하루 종일 서가 정리에 여념이 없는 책방지기의 부지런함은 또 하나의 교훈이며 책에 대한 열정과 혼이 담겨있는 감각적이며 디테일한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속초의 백년지기 책방이며 복합문화공간이다. 문우당은 속초에 있는 또 다른 백년지기 책방 동아서점과 더불어 속초라는 관광도시를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한 견실하고 동네친화적이며 새로운 로컬 문화를 선도하는 책방인 것은 확실하다. 인구 7만 도시에 이토록 짜임새 있고 세련된 규모의 책방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도 부럽고 욕심이 나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책방 입구에는 문우당의 이력과 성격을 드러내는 안내판이 과하지 않으면서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책과 사람의 공간. 그렇다 사람들이 드..

책방순례- 속초 완벽한 날들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을 책방이름으로 정한 이곳은 어떤 곳일까.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거창한 질문인 "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과 인생에 대한 따듯하고 예리한 통찰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메리올리버.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기러기" 그녀의 삶을 책방으로 실현시키려 하는 책방이 있다. 속초의 완벽한 날들. 아파트와 오래된 동네가 함께 섞여 있는 곳에 구불구불 고샅길을 걸어야 겨우 자그맣게 간판을 달고 있는 책방. 굳이 두리번거리며 발품을 팔아 찾아야지 겨..

책방순례-구미 삼일문고

“ 한 서점이 문을 열면 나머지 세계의 온갖 물상들이 그 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날의 날씨며 뉴스, 고객들, 책 상자들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세계들이 말이다. 몇 세기 전에 처음 읽힌 책, 당대를 주름잡았던 책, 통속적인 책, 그 한가운데 서 있노라면 ”옛날 옛적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낼 수도 있으리라.”-루이즈버즈비- 극한 호우라는 말이 물살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가는 요즘. 세상의 하늘과 땅이 물속에 잠겼다 나타났다 하는사이 장마가 할퀴고 간 곳의 인명사고와 재해상황이 쏟아지는 비만큼 절망스럽고 무겁다. 비가 오는 장마기에 차를 타고 세 시간에 걸려 달려간 곳, 구미 삼일문고. 구미라는 곳도 처음이지만 구미를 품고 있는 금오산자락의 넉넉하고 푸짐한 품이 낳은 강과 천이 도심을 ..

서울 책방순례 2- 서점 리스본, 썸북스,번역가의 서재, 진부서점,북스토어 17, 땡스북스

'그 해 비 내리는 부산에서 우산도 돈도 없이 홀로 걷고 있을 때 서점은 나에게 홀연히 나타난 셀터이자 성전과 골목과 미로로 덮인 하나의 거대도시, 우주 정거장, 영원히 젊게 만드는 묘약이 담긴 성배로 가득한 고고학적 유적지였다. 책방에서 책을 사든 말든 뻔질나게 드나들다 보면 우리는 점점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고독 위에 흩뿌려지는, 서점의 매혹적인 노란 불빛이다.' -정해윤 CBS 피디- 한겨레 책방강좌 마지막 주에 강좌에 참가한 미래의 책방지기들과 함께 서울에 있는 몇 군데 책방을 둘러본다. 강좌를 듣는 동안 내내 과연 책방을 여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가라는 실제적인 질문들을 하면서 갈팡질팡 희망과 절망사이에서 오갔던 시간들. 하지만 누구의 말처럼 '존재이유가 분명하면 어..

서울 책방 순례 -풀무질

먼저 책방지기 김치현 님이 한겨레 동네책방에 올린 글을 인용한다 어떤 존재도 소외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공간. 무한 경쟁의 도심 속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세상에 걷어 차인 온갖 소외된 것들이 굴러들어 와 여기서 안식을 취하고, 그렇게 사회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가치들을 오롯이 품고 보듬는 공간.” 풀무질은 ‘독립책방'도 아니고 ‘대형책방'도 아닌 그 어중간한 어딘가에 있다. 독립책방이라는 단어에 드리워진 이미지는 작고 아담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인 독립 서적들이거나 여기 아니면 찾기 힘든 책들을 파는 그런 곳 아닌지. 그에 비해 우리는 공간도 널찍하고 독립 서적도 잘 들여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책은 다 들여온다는 얘기는 또 아니다. 대형서점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굳..

속초 백년서점 동아서점을 다녀오다

강원도 속초 중앙동 동아서점. 6월 비오는 날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차를 몰고 달려가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고 안개속에 우람한 설악산 준봉들을 잠깐 일별한 후 달려온 곳. 입구에 참고서가 보이자 잠깐 실망했지만 그건 기우였을뿐. 동아서점은 1956년에 처음 문을 열어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속가능한 지역책방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완벽한 날들" " 숨" 등 세련된 이름대신 시대적인 흐름에 맞지않게 동아출판사 대리점 이름을 그대로 몇십년간 고수해온 것은 아마 3세대 책방주인인 아들이 창업주를 존중하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맥을 이어오면서 지역주민들과 맺어온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약간은 촌스러운 동아서점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

소전서림을 다녀오다

5월 17일. 서울 소전서림.. 청담동에서 내려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앞 도로변 건물들 사이에 있는 하얀색 건물. 기하학적인 건축물로 현대건축의 미를 한껏 살린 건물이라지만 걸개광고물 때문이었을까.아님 별반 차이가 없는 도시의 무심한 건물들 사이에 끼여 있어서일까. 소전문화재단소속 서점이 갖는 독특한 형태적인 건축미는 글쎄... 차단막이 있는 계단이 서점을 막아서고 있다. 반일 입장권이 3만원이라.. 이건 뭐지? 입장권으로 차단막을 넘어 이렇게 기하학적인 지하계단을 내려가면 책을 열람해 둔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상주작가들(?)과 초대작가들이 하는 북클럽활동용 세미나실이 한두어개 보이고 스탭룸이 있다. 미로같은 계단 끝에 드디어 열리는 곳. 이곳은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라 열람된 책들을 읽는 도서관에 ..

동네책방 탐방 2. 품안의 숲

"품안의 숲" 곡성군 섬진강따라 도깨비 마을이라는 동네쪽으로 한참 외길로 올라가면 나오는 한적한 아니 너무 고적한 책방 겸 쉼터.자연친화적으로 아담하게 지어진 것이 맘에 들었다. 주인장이 없는 관계로 밖에 모습만 기웃 기웃. 그 곳에 가만히 놓인 옹기 몇개와 서점에 놓인 책 몇권, 그리고 나무들과 지저귀는 새들 과 함께 잠깐 놀았다. "옆에서 보면 가파른 절벽위를 철근으로 바침해서 공중에 띄운 누각이다. 자연을 품안에 두는 것처럼 통유리로 되어있고 책이 몇권 놓여있다. 전체적으로 이 집은 책과 자연과 요양하면서 함께 하는 책방이랄까. 하지만 날마다 부산스럽게 대중들과 함께 책으로 소통하고 싶은 나의 바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듯. 어떤 책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배치적인 공간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