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의 숲" 곡성군 섬진강따라 도깨비 마을이라는 동네쪽으로 한참 외길로 올라가면 나오는 한적한 아니 너무 고적한 책방 겸 쉼터.자연친화적으로 아담하게 지어진 것이 맘에 들었다. 주인장이 없는 관계로 밖에 모습만 기웃 기웃. 그 곳에 가만히 놓인 옹기 몇개와 서점에 놓인 책 몇권, 그리고 나무들과 지저귀는 새들 과 함께 잠깐 놀았다.
"옆에서 보면 가파른 절벽위를 철근으로 바침해서 공중에 띄운 누각이다. 자연을 품안에 두는 것처럼 통유리로 되어있고 책이 몇권 놓여있다. 전체적으로 이 집은 책과 자연과 요양하면서 함께 하는 책방이랄까. 하지만 날마다 부산스럽게 대중들과 함께 책으로 소통하고 싶은 나의 바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듯.
어떤 책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배치적인 공간의 아름다움을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때로는 책의 표지 처럼 어떤 공간에 어떻게 놓여 있는가 , 이것이 사람을 끌여들이기도 한다. 공간이 의식을 재배치 할 때가 있다. 너무 평이하고 안이하게 그저 책이 아무데나 꽂혀있는 듯한. 그리고 저기에 그냥 앉아서 이야기나누면 내면에 옹이 잡혀 있는 말들이 표면으로 올라 올 것 같지 않은 .. 적어도 이곳은 그런 자연속에 있는 책방이어서 그런 목적이었을 텐데..
차라리 한글로 서로 껴안고 사랑하는 숲속 이렇게 서판을 만들었으면 더 나을 듯. 영어가 너무 함부로 아무데나 사용될 때의 불편함.
책방을 나와 섬진강변에 앉아본다.봄이 아니라 여름 한낮 더위처럼 햇볕이 강렬해서 쑥캐기에는 좀 그랬지만 자전거전용도로로 활용되는 섬진강변 길이 너무 한가하고 예쁘고 샛소리와 멀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가만가만 들려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오랫만에 쑥을 캤다. 이런 심정으로 낙시꾼들이 낙시를 하는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저 멀리 사라져가는 두 남정네는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우리처럼 퇴직을 한 분들 처럼 보였다. 가볍게 배낭을 메고 둘레길을 하듯 섬진강변을 걷고 있다. 걷지 않는자는 생각이 멈춘 이와 같다고 했던가. 마음으로 그분들에게 좋은 시간되세요. 이런 인사를 건넨다.
쑥이 언제 이렇게 쑥쑥 컸는지. 너무 탐스러워서 쑥을 캐는 손이 쑥의생장만큼 바빠져 얼마만에 종량제 봉투를 거의 다 채울 만큼 캤다. 이것으로 쑥떡을 만들어먹을 것이다. 쑥향이 한 입 먹을 때마다 진하게 미각을 찌르는..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요즘은 그전에 그저 잡풀이라고 멸시했던 민들레, 엉겅퀴, 쑥부쟁이 등등을 다 나물로 약재로 먹는다고 한다. 진작 선조들은 이들의 쓰임새를 알았겠지만 우린 뒤늦게 알게 된 터일 뿐.. 노동이 주는 즐거움. 그저 육체노동이 주는 뻐근한 즐거움이 무척 좋다. 직장생활을 할 때 ,쉬는 시간에도 무었인가를 검색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그랬었다. 일분일초를 아껴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하루를 꽉 채울려 했다. 그래야만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러면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때로는 서성이듯이, 생각을 비워내고 가만히 있는것이 오히려 섣부른 판단과 오해, 그리고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런 무심한 시간들이 너무 감사하고 좋다.
"두가헌"
도깨비마을 입구에서 구례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너른 뜰에 섬진강을 안마당처럼 품은 멋진 한옥 카페 두가헌이 있다. 무엇보다 처마 밑 횃대끝에 졸랑졸랑 메달려 햇볕과 바람에 말린 국화꽃 다발들이 눈길을 확 끌었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은 자연스럽게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뒷 마당을 가득 감싸안은 대나무 숲이며 너른 마당을 지나 섬진강변 까지 .. 천혜의 조건들을 두루 가졌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흑임자 팥빙수 맛도 기가 막힌다. 하세월 하며 쉬었다간들 어떠리.. 간혹은 이런 호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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