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이야기

속초 백년서점 동아서점을 다녀오다

숨그네 2022. 6. 11. 12:42

 

강원도 속초 중앙동 동아서점.  6월 비오는 날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차를 몰고 달려가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고 안개속에 우람한 설악산 준봉들을 잠깐 일별한 후 달려온 곳. 입구에 참고서가 보이자 잠깐 실망했지만 그건 기우였을뿐.  동아서점은  1956년에 처음 문을 열어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속가능한 지역책방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완벽한 날들" " 숨" 등 세련된 이름대신 시대적인 흐름에 맞지않게 동아출판사 대리점 이름을 그대로 몇십년간 고수해온 것은 아마 3세대 책방주인인 아들이 창업주를 존중하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맥을 이어오면서 지역주민들과 맺어온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약간은 촌스러운 동아서점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이책방 주인 김영곤 씨는 "속초"라는 21세기 북스에서 출간된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책방을 들러 그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내책이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동아서점에서 속초라는 책을 발견하고 구입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동아서점의 책방주인인 김영곤씨란다. 찬찬하고 말결이 고운 젊은 책방지기처럼 책의 분류와 소개가 아주 촘촘하고 63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책방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책을 정리하다가 밤이 되면 문을 닫는 세월의 무개와 두께가 켜켜히 싸여있으면서 무겁지 않고 상냥한 책방의 분위기였다.

제일 인상깊은 곳이어서 얼른 다가가 찬찬히 본 "마음의 책상" 이곳은 책방에 들렸다 잠깐 삶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들을 책을 고르고 읽다 간 사람들이 흔적들이 메모글로 남겨진 곳이다. 이런 배려를 하고 있는 책방의 아날로그적인 운영방식이 맘에 든다. 우린 이렇게 멈춰서면 좀 더 친절하고 다정하게 자신과 대면하고 싶어지는게 아닐까.

책방주인 김영곤씨의 손글씨로 큐레이션 된 곳곳의 매대 위에 다정하게 소개되고 있는 책들이 다소곳하게 놓여있다. 읽을 사람을 기다리는 기다림으로 책들은 다들 겸손하게 때로는 유혹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맞다. 책방은 놀이공간도 아니고 책을 열람한 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자랑하는 곳도 아니다. 책방에서 오랫동안 책을 선정하고 분류해서 진열하고 책을 파는 험난한 노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상업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보이지 않는 거래의 시대에 우리가 쉬어가고 사람들을 만나서 한마디라고 건넬 수 있는 동네의 상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박제화 되어가는 관광지의 동네순례가 되기 전에  먹거리 장터에서 거리낌없이 순대값을 지불하는 것 보다 더 가치있는 책을 구입하기를 권하고 싶다. 책, 속초,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 우크라이나 이야기,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그리고 딸을 위한 몇권의 책을 구입했다. 무엇보다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