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동새 내 울음이 저와 같아서 붉게 꽃피어 오르는 절망으로 그대의 잿빛 우울 깊숙한 곳에 닿을 수 있다면 울어, 울어 삼백예순날 목 터져라 울음 울어 가슴 저미는 절망을 꽃 피우겠네 내절망이 그와 같아서 묵정밭 이랑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자운영으로 검게 이글거린 그대의 분노 잠재울 수 .. 나의 시 2020.03.23
책읽는 여인 한 여인 책장을 넘긴다 거기, 쓰러진 우울 한 점 접히어 있다 한여인 책장을 넘긴다 세상의 더께를 떨어내듯 활자들의 난립, 책장 밖으로 터져나온다 한여인 책장을 넘긴다 세상은 그녀를 겁먹은 아이처럼 붉은 선을 그어대는 이방인이라 하는데 한 여인 책장속에서 비밀스러운 세상 거.. 나의 시 2020.03.23
그리고 만일 그가 꿈꾸기를 멈추어 버렸다면 인간의 키를 결코 넘지 못하는 잡풀의 우거짐은 오늘 그이 발자취를 오래 끌며 등 뒤에서 우수수 몸을 턴다 한 사내가 새벽강에 나가 살아온 만큼의 수치와 모멸을 씻는다 엄지발가락 사이를 빠르게 헤엄쳐 질주하는 물살 사내의 무거운 육체를 위로하며 간다 새벽강은 안개에 젖어 나른.. 나의 시 2020.03.23
그리움 속에 꽃 피고 지는 치자꽃 바람 속에 영원히 지지않고 인식의 향내 풍기며 가뭄의 질긴 혓바닥에 돋아난 실핏주 같은 물줄기를 마냔 더듬고 있는가 3월의 견디기 힘든 가벼움이여 모래톱위에 모눈종이처럼 줄무늬를 듬성듬성 그리며 강은 겨울을 건너고 있다 그 가엾은 상실의 터에 황어떼를 밀어 올리며 .. 나의 시 2020.03.23
이십세 이십의 꽃다운 나이에 그대는 삶은 기웃기웃 저물어가는 붉은 빛을 토해내는 저녁놀이라 생각했다 생가지가 꺾이어 둔탁하게 땅위에 곤두박칠치며 생명의 뒷자라리를 그리워하듯 그대는 이십의 불꽃같은 나이에 절망과 친숙해지지 위해 오래 앓은 지병을 못내 떨쳐버리지 못하는 폐병.. 나의 시 2020.03.23
타클라마칸 사막 희망이 눈물어 절망이 그대의 눈동자를 지필때에는 그대, 타클라마칸 사막의 고행자가 되어도 좋으리 혹서의 짐승같은 발틉으로 그대 가슴 한 켠 새벽 눈발처럼 웅크리고 선 희망이 강간당한다 해도 타클라마칸 그 바람속 모래구금 위에 구름같은 그대 희망을 매장해도 좋으리 타클라마.. 나의 시 2020.03.23
굴강의 오후 2 유채꽃 위태롭게 피어있는 여수 해변의 비린내 없이 개안한 물꼬 그 한켠, 물새가 낮게 날개를 적시며 날지 않아도 바다는 먼 데 시선을 주고 주변머리 없이 선술집 앞마당을 기웃거리는 도시 근로자의 헤지 바지가랑이를 잡아채듯 음탕하게 뻘 밭 가르마를 적셔주고 있더라 오래가는 연.. 나의 시 2020.03.23
봄의 환 나는 너를 찾아 헤매느라 발이 부르터 상처에 기대어 산다 너는 뜬소문이라 하여 등돌린 뭇 사람들 메아리처럼 가볍게 사랑을 상실한다 그 오래 버려진 묵정밭과도 같은 상실의 터에 나, 더러운 이부자리 영원인냥 뒤집어 쓰고 꿈을 더듬으며 잠꼬대한다 너를 그리며 꿈의 거푸집에서 몸.. 나의 시 2020.03.23
인간과 인간 마주보며 서로 생각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기 그녀와의 최선의 대응방식이다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것은 그녀와의 대화이며 그녀에 대한 사유이다 무언의 대결 싸우지 않아도 언제나 우리는 내전을 치열하게 치루고 난 두의 삭막한 페허위에 깃발없이 나뒹굴고 있다 상관없이 말하기 그.. 나의 시 2020.03.23
마지막 전언 어지러운 꿈 전신에 또아리를 트는 잿빛 악몽처럼 보이지않는 전류로 교신되는 우리들의 암호 의뭉스럽게 괴여있는 우울을 해독한다 두려움 ,폐부를 날샌 면도날로 가르듯 가벼운 몸짓으로 날아드는 비겁의 공기 삐꺽거리는 심장에 빗장을 건다. 이 두려움의 연장선에 무엇이 있는지 우.. 나의 시 20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