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의 꽃다운 나이에
그대는
삶은 기웃기웃 저물어가는 붉은 빛을
토해내는 저녁놀이라 생각했다
생가지가 꺾이어 둔탁하게 땅위에
곤두박칠치며 생명의 뒷자라리를 그리워하듯
그대는 이십의 불꽃같은 나이에
절망과 친숙해지지 위해
오래 앓은 지병을 못내 떨쳐버리지 못하는 폐병쟁이처럼
정신의 응달에서 숨을 가쁘게 쉬며
희망의 포만감을 비웃듯 외면했다
응얼거리듯 삶으 뒷골목으로 끌고 가는
조르주무스타키의 노래를 좋아했고
슬픔의 무게로 오리혀 목이 더 길어져버린
모들리안의 그림 몇점을 버리지 못하고,
면도날 처럼 살을 가르듯 오는 통증으로 읽었다.
먼지 쌓인 완해열차 맨 뒷칸에서 보들레르를
읽었다.
몸이 뒤틀리는 해소기침을 오래 앓으면서도
그대는 그 병에 친근성을 느끼며
각혈하지 않은 병의 온순함에 가끔 짜증을 내기도 했다
불꽃같은 이십의 나이에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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