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그리움 속에 꽃 피고 지는

숨그네 2020. 3. 23. 14:09

치자꽃 바람 속에
영원히 지지않고 인식의 향내 풍기며
가뭄의 질긴 혓바닥에 돋아난 실핏주 같은 물줄기를
마냔 더듬고 있는가
3월의 견디기 힘든 가벼움이여

모래톱위에 모눈종이처럼
줄무늬를 듬성듬성 그리며
강은 겨울을 건너고 있다
그 가엾은 상실의 터에
황어떼를 밀어 올리며 봄은 표류하는 인간의 무리를
차가운 강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멀리 남해의 해저로 숨어들 것이다
머리에 치자꽃을 얹어주며
잊혀질 사랑의 맹세를 하는
3월의 견디기 힘든 슬픔이여

나는 차가운 너의 이마에
아픈 가슴을 대며 철썩인다
어리석은 사랑은 배반의 신기루를 만나
바람에 서걱이고
우리는 뜻 모르는언어를 밤새 주절거리며
머리채 뒤흔드는 3월의 몽상속으로
자지러지듯 눕는다

이제 내가 너를 건너마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을
3월의 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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