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7

독일 여행일지 2

가을에 내리는 비는 가슴으로 파고든다. 영혼의 저음부까지 내려와서 밑바닥을 적시며 고적함을 이끌어낸다.님펜부르크를 가는 날. 카를 광장 (Karl's platz)에서 트램 16번을 타고 로만스플라츠에서 내렸다. old town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고즈넉한 마을이 있다. 궁전 입궁 있는 카페 Housebrandt (Since 1892)에서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카푸치노를 주문해서 천천히 쌀쌀한 공기 냄새를 마시며 먹는다. 님펜부르크는 옛날 바이에른 왕국의 통치자였던 비텔스바흐 가문의 여름별궁이었단다. 님프 즉 요정을 뜻하는 아름다운 궁전. 바이에른의 선제후 페르디난트 마리아가 그의 아들 막스 밀 리엔 2세 에마누엘(1662)의 탄생을 기념하여지었다고 한다. 18세기초 에마누엘은 중앙의 5층 저택 주변..

나의 이야기 2024.12.15

알프스를 품은 스위스를 가다

"Unus pro omnibus , omnes pro uno"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즉 한 국민은 모든 국민을 위해 모든 국민은 한 개개인을 위해라는 뜻. 스위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모토가 새삼 마음에 와닿는 이유가 뭘까. 간략하게 스위스 여행 전 읽었던 이원복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이나라는 익히 알려졌듯이 영구 중립국이다. 하지만 군대 의무복무 기간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 18세에서 49세까지 스위스 모든 남자들은 자기 집에서 근무하는 예비군들이다. 정작 동원령이 내려지면 수십만 명이 병사가 자기 집에 보관하는 무기 ( 실탄이 장전된 총이 있단다)를 들고 순식간에 집결한다고 한다. 스위스는 "세계의 공원,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릴 만큼 국토의 70%이상..

나의 이야기 2024.07.16

인생은 아름다워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이 시는 조용필이 부른 의 노랫말과 흡사하다. 의사이기도 한 마종기 시인은 고희를 앞두고도 여전히 젊고 댄디하다. 어더 ㄴ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이나 권위로부터 자유롭다. 동화자가 마해송과 우리나라 최초의 여..

나의 이야기 2024.05.11

5월의 제주 ( 3박 4일 )보롬왓, 바농오름, 거문오름. 포도뮤지엄 그리고 가파도

5월의 제주는 아스라한 녹색의 짙음과 얕음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시사철 아니 매일 다른 표정과 색깔로 오는 이들을 반기거나 밀쳐내는 제주. 이번 여행은 딸과 함께 하는 3박 4일의 여정이다. 제주행 비행기에서 한겨레 신문에 실린 어는 노신사의 법정뉴스. 그는 30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며 4.3 관련 재심재판에서 ”빨갱이“라는 딱지로 평생 자신을 옥좨왔던 족쇄를 벗었다. 그의 70여 년의 개인사는 한국의 현대사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듯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간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해방이 되자 그의 고향 제주 가시리로 돌아왔지만 4.3이라는 광풍에 휩쓸려 다닌다. 영문도 모른 채 피신을 다니다 양심적인 토벌대를 만나 간신히 목숨을 건사하고 피신을 하지만 이후 1950년..

나의 이야기 2024.05.06

에드워드 호퍼전에 가다 -길위의 날들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려고 문을 닫는다. 더위는 참기로 한다. 때론 길에서 벗어난 고립된 방구석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문 밖 세상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일들이 궁금하고 염려되기도 하고 자신과 닮아 있거나 아니면 차이가 나는 인간군상들을 무심히 스치듯이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길 위의 삶이 허상이더라도 길 위로 나서는 것이 실존적인 삶의 조건이 되기도 하니까. 길 위에서 만나는 서울 시립미술관 주관 에드먼드 호퍼의 그림들의 초대에 기꺼이 발품 팔아 찾아든다. 호퍼전이 열리는 마지막 날이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미술관에 꽉 차 있다. 혐오를 팔아 정치하는 이들에게 지친 영혼들이 문화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서일까. 호퍼는 19세기말 1882년 파리에서 큐비즘을 시작한 피카소와 1년 차이를..

나의 이야기 2023.08.20

2023. 5월의 제주여행 -사려니 숲길, 에코랜드, 절몰오름 한라산 생태숲길 (3박 4일)

5월의 제주는 메밀꽃과 철쭉 그리고 산딸나무꽃과 때죽나무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이다. 첫날 사려니 숲길의 초입인 비자림숲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의 작가 황윤에 따르면 제주는 참 오랜 기간 삼국시대의 백제와 고려, 몽골 그리고 조선시대에 걸쳐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이제껏 버텨온 곳이었다. 제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섬나라라는 뜻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이번의 여행동반책 에서 알게 되었다. 탐라국으로서 독립된 나라로 존립한 시절부터 고려에 복속되기까지 제주는 참으로 많은 역사의 부침을 받았다. 고려시절 무신정권의 사병역할을 하며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삼별초가 제주에서 일으킨 난을 비롯하여 몽골에 공물로 바치던 말을 키운 몽골출신 묵호가 최영장군과 몽골군의 연합군에 맞서 싸운 묵호의 난에 제주민들이 동원되며 겪..

나의 이야기 2023.05.18

'Λαϊκός Ορθόδοξος Συναγερμός 라오스에 가면 도대체 뭐가 있을까

“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도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인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로 여행의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리는 여행의 현실이 우리가 기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하다. 그러나 일단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진실에 좀 더 가..

나의 이야기 2023.04.05

2월의 제주여행 첫째날-이타미 준 미술관에 가다

이타미 준 미술관이 새롭게 개관했다. 주소는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906-10. 제주 저지면에 있는 현대미술관, 김창열 미술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타미 준'이라는 예명으로 더 알려진 건축가 겸 예술가 유동룡. 그는 1937년 재일 교포로 태어나 40여 년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경계에서 활동했다. 이 두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는 물질과 근본, 관계성을 주장한 '모노파'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건축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을 '세상에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 건축가'라고 부르며 끝가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했도, 자연과 본질에 집중한 건축으로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서예, 회화, 조각등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도 멈추지 않았다 한다. 수없이 많은 세계적 건축물을 ..

나의 이야기 2023.02.15

바다.

부드럽게 연인의 속살을 애무하듯 다가오듯 말 듯 머뭇거리며 잠시 머물다 가뭇없이 멀리 사라진다 이 부드러움은 사라지기 위해 있는 것인가 오직 기억 속에서 머물기 위해? 부드러움은 아주 다양한 그림을 그리듯 모래 사이를 유영하며 아주 작은 흔적을 남긴다 되돌아오는 파도에 붓을 넘기면서 슬며시 뒤로 빠져나간다 파도가 미끄러지듯 오가는 모래 위에 시간이 무수한 포말로 쏟아진다 부드러움은 거품처럼 하염없이 간지럽고 무어라 속살거리는 무한한 존재의 늪속으로 나를 잡아당기며 혼미하게 한다 바다 저너머를 볼 수 없어 우린 새의 눈처럼 작은 심장을 가졌을까 심장의 고동소리에 실려 나는 저 바다 너머 우주 끝까지 퍼덕거리며 간다 검은 여 이렇게 둥글게 모서리를 깎이려면 얼마동안 파도와 부드러운 사랑을 해야 하나 아니 사..

나의 이야기 2023.01.10

똘이를 추억하다.

겨울의 햇살이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와 똘순이가 머물렀던 빈자리에 가득 고여있다. 깔판을 두었던지라 햇빛에 바래지 않고 색깔이 더 진한 한평 남짓한 녀석들의 빈자리가 햇볕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한참을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지난 15년 동안 그들의 삶이 머물렀던 빈 공간에 섞여있는 햇살을 멍하니 바라본다. 따스한 햇볕에 약간의 한기가 몸살처럼 나를 훑고 가서 그냥 침실로 향해 멍하니 누워있다. 이라는 책을 똘이가 별나라로 가기 전날 읽기 시작했다. 시간의 두께를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란 물리적 시간과 발자취의 깊이를 곱한 것이 "시간의 두께"다. 두 녀석과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우리는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 모르는 흩어진 영혼으로 만나 시간의 두께를 만들면서 함께 공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

나의 이야기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