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7

저 멀리 혼자서 피어있는

봄꽃이 팝콘 터지듯 겨울내 숨어있다 세상밖으로고개를 내밀고 있다. 유난히 고아서 오히려 처연한 목련꽃, 개나리 인지 생강나무꽃인지 노란 팝콘같은 꽃들을 수줍게 달고있는 산수유, 비단처럼 고운 아네모네, 배고픈 아이 이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듯 피는 박태기 꽃나무.. 그리고 혼자 멀리서 잎사귀도 없이 검불속에서 혹은 나목속에서 외롭게 피어있는 진달레,,, 진달레는 어렸을 적 홀어머니를 먹여 살리느라 개구리를 잡거나 진달레를 하나 가득 광주리에 담아 시장에 내다 팔던 고향마을 반푼이 용칠이가 떠오르며 그의 바보 애인 끔진이와의 연정을 소환하면서, 나를 보면 "해숙이는 내 각시" 라며 나를 울게 만든 그 시절이 웃음을 달고 피어난다. 그래서 나는 진달레를 보면 슬며시 그 옆에서 가만히 들여다 보며 서 있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 2022.03.25

내 분신들을 내보내며.

오랫동안 끌고 다녔던 책들을 게으름때문에 쌓아두었다가 이제 정리해서 한꾸러미씩 내다 버리기로 한다. 그동안 쉼없이 공부하며 메모했던 영어노트장들, 그리고 일단 학교에서 사용했던 미처 버리지 못한 책들과 문서부터 내다 버린다. 왜 이렇게 버리기가 쉽지 않은지. 결코 다시 쓸 이유도 이제 없는데. 나만의 영역, 나를 버티게 해 주었던 지식들의 지층들을 조금씩 덜어내야한다고 다짐해 보지만 왜 이리 쓸쓸한 마음이 드는지..

나의 이야기 2022.03.25

저 너머 바닷길로

고양이와 개의 죽음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하더라 때론 인간의 죽음은 성경적인 요단강 건너로 혹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빌려와 레테의 강을 건넜다고도 한다. 용숙이 아버님이 갈대잎처럼 말라서 요양병원에 입소한지 10여일만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겨우 며칠을 견디다가 오늘 귀천하셨다. 저 너머 바닷가의 어디쯤에 영혼들이 부유하듯 코로나 시대의 죽음은 문명적인 죽음이 아니라 원시적인 죽음을 연상시킨다. 그의 죽음은 태생의 고아들을 남긴 채 쓸쓸하게 저물었다.

나의 이야기 2022.03.23

운동가요...

요 며칠 째 민주노총 집회를 건너편 신축아파트 단지 공사현장에서 하고 있다. 거대 크레인과 같은 개발재벌과 맞서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개미와 같은 노동자들의 처지와 목소리는 언제나 가슴찡하고 내 안에 있는 진보를 위한 감정적인 목울대를 자극한다. 최근 고병곤씨가 오랜시간에 걸쳐 강의로 이루어진 내용을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독서클럽에서 읽기 시작한 이후 다시 기본적인 명제인 노동이란, 자본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택가에서 아침저녁으로 쉴새 없이 듣게 되는 집회현장의 저 운동가요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반감을 자극하고 있으니. 봄날의 고요와 평화를 지키고 싶다는 소시민적인 욕망을 거친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자신을 갈아서 거대 ..

나의 이야기 2022.03.22

재난은 가난을 차별한다. 사이버 재난은 과거의 흔적을 바이러스속도처럼 한번의 잘못된 클릭으로 지워버린다.

재난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영원한 허상을 버려가 그리고 재난으 ㄴ모든걸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쓸어간다는 생각도 버려라. 전염병은 쫒겨나서 위허목에ㅔ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람들을 집중 공격한다.-작가 하인 머레이 경쟁과 돈으로 세상을 사는 세상, 사회적 거리두기 가 없..

나의 이야기 20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