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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의 몸들에게를 읽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독서모임 리더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새벽 3시는 어떤 시간이었냐고.. 나의 새벽 3시를 생각해 본다. 퇴직 전에는 올빼미처럼 밤 12시를 넘겨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길었던 시절,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어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뒤치락거리던 시간. 심장 박동소리가 시곗바늘 소리와 박자를 맞추다 보면 새벽 3시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간혹 위통이 도지면 새벽 3시는 고통을 요지부동 실감 나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내게 새벽 3시는 잠들기를 원하며 뒤척이는 시간이기보다 속속들이 책의 시민이 되어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몰두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새벽 3시는 어떤이들에겐 타인과의 소통에 진이 빠져 돌아온 자신이 온전하고 고요하게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그것이..

책 이야기 2026.08.28

하루의 공부

감각이 기억을 가져온다. 그것은 오래된 기억들이 저장된 곳에서 관련된 기억들을 감각신경들이 불려내는 것이라고. 이것을 "관계기억"이라고 한단다. 미각과 특히 후각. 냄새와 맛이라는 감각이 불러들이는 오랜 기억들. 세월에 시큼하고 비린 맛이 약해졌지만 그때의 시간과 장소들이 고스란히 소환되면서 우리는 과거를 다른 색깔로 산다. 같은 것은 없다. 착각이다.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은 마치 여성의 버지니아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딱히 여성의 신체 일부를 환기시키기 위해 그린 그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린 그녀의 집에 있는 문.. 수십 장의 그림을 하나의 문을 대상으로 그렸다고 한다. 브레이킹 배드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물에서 주인공은 묻는다. 왜 같은 문을 수십 번 그렸을까. ..

나의 이야기 2026.07.15

야만시대의 귀환를 읽다-박노자

미국의 극우적 퇴락은 한국인들에게 하나의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심한 고립주의( MAGA) 지향의 트럼프 정권 통치 시기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이루어내는 것이 어쩌면 필요불가결한 일 일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의 대통령이 G7에 다녀왔고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수출 총액은 최정상급에 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가입 193개의 주권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것은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전시작전군을 환수하여 주권국가로서의 명예를 완성해야 한다. 이제는 한미동맹이 부동의 축이 아니라 팍스아메리카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오늘날 트럼프 같은 보호주의자들에게 한국은 대미 투자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뜯어낼 때 필요한 카드 정도일 것이다. 미..

책 이야기 2026.06.17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철학 -황진규

"스피노자는 언제나 기억하고 있다네 그에 대한 것은 잊지 않는다네. 그것은 머리라 아니라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이거든-질들뢰즈" 신도림 스피노자라고 자처하는 생활철학인 황진규의 책을 몇달 전에 읽고 이제야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정리한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정신보다는 몸의 언어를, 일상을 살아가는데 정서와 감정의 중요성을 스피노자라는 철학자만큼 중요하게 여긴 철학자가 있었을까. 세상이 당장 망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라는 구절로만 기억되는 스피노자.황진규씨가 공부하고 해석한 스피노자의 를 공부하는 즐거움이 크다. 철학은 일상 속에 있으며 유쾌해야 한다는 황진규의 말처럼 유쾌하고 진지한, 결코 사변적이고 형식논리에 빠진 철학이 아닌 생활로서의 철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일상의 질문과 의문들..

책 이야기 2026.06.17

2026.5.이탈리아 소도시여행 3

5월 22일 금요일 카세르타 궁전 티볼리 정원이탈리아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곳이다. 1752년 나폴리왕국의 부르보 왕가 카를로 3세가 베르사유 궁전에 필적하는 왕궁을 짓기 우해 건축가 루이지 반비텔리에게 명하여 건설했다고 한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궁전 건물만 해도 방이 1,200개, 창문이 1742개에 달하며, 뒤로 이어지는 정원과 분수 축이 수킬로에 걸쳐 펼쳐져 있다. 궁전 내부에는 화령 한 왕실 홀과 예배당, 극장이 있고, 외부 정원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이탈리아 전형적인 정원에는 웅장한 포고와 신화 조각상들이 늘어 선 분수축이 있고 그 끝에 영국식 낭만정원이 자리한다. 셔틀버스와 전동 자전거가 있는데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정원을 돌아본다. 케세트라 왕궁과 정원카세트라..

카테고리 없음 2026.05.23

2026.5월 이탈리아 소도시여행 2

5월 20일 시에나 오르비에토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있으면 시간은 곱으로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금세 여행 나흘째. 여정을 함께 하는 이들과 어느 정도 인사를 나누고 조금은 어색함이 가신 것 같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부분, 즉 출신, 나이, 학벌, 가족관계 등등을 꼭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혹여나 이런 질문을 받을까 내심 거리 두기를 했는데도 역시 한국인들은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가 보다. 여행 오면 지금 이곳에서 보고 느낀 점만 서로 공유하면 안 될까. 그 사람의 신분이 무에 그리 중요할까. 괄호 치기로 상대방을 그가 가진 사회적 배경과 신분으로 평가하고 그 너머를 보고 싶지 않아 하는 편협성. 하지만 더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애쓴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소중한 ..

카테고리 없음 2026.05.21

2026. 5. 이탈리아 소도시여행 1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탈리아출신 알베르토가 쓴 와 김상근 저서 그리고 이원복저 을 읽었다. 서구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로마는 출발점이자 근간이다. 인류의 문명사측면에서도 로마가 남긴 문화유산은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탈리아 여행은 짧건 길건 잊혀진 제국이 아닌 현재에 유산으로 살아남은 위대한 인류의 역사를 보고 있는 듯한 감동이 있다.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20여 년 전 아이들과 서유럽여행을 하면서 잠깐 로마 바티칸시국을 방문해 한 여름의 땡볕에 족히 두어 시간을 기다려 시스티나성당에서 미켈란젤로 그림을 감상하고 포로로마노를 잠깐 일별 한 것. 그리고 교사연수 후 이틀 동안 폼페이와 로마를 잠깐 엿본 것, 2년 전 베네치아를 친구와 함께 5일간 여행한 것에 이어 4번째..

카테고리 없음 2026.05.18

2026. 4월의 제주

4월 29일 수요일1948년 11월 7일 제주지역 계엄사령관 송요찬은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대에 통금령을 내린 뒤 이를 위반하는 자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폭도로 인정하여 총살한다고 포고한다. 계엄의 역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가긴급권을 동원하면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헌정질서도 통치자 마음대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한겨레 신문4.3이 기나긴 침묵 밖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울음으로 울다 스러져 갔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무참하게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되거나 유린된 제주민들의 삶이 살아남은 자들의 멍에로 남아 그들에게 덧쒸어진 거짓과 위선의 무거운 더께를 걷어내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고비고비 질곡이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카테고리 없음 2026.04.29

커피의 시대를 읽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사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삶의 의욕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른 커피중독자로서 최소한 내가 마시는 음료인 커피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커피와 관련된 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는 것이 커피향미를 느끼고 구별하는 커피맛 감별사는 아니더라도 공부해서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이 책을 읽었다. 커피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세계를 보는 창이었던 커피역사학자 장수한 저자님의 열정과 노고로 출간되었다. 1장. 카파의 숲 속에 커피나무가 있었다.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숲 속에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북위 23도와 남위 25도 사이의 열대 및 아열대지역(커피벨트)에서만 생육이 가능하다 한편 해발 고도는 높을수록 커피 열매가 더 단단하고 섬세한 신맛과 ..

책 이야기 2026.03.06

할매를 읽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흰 점박이 개똥지빠귀와 그의 짝 암컷 개암이 날개 개똥지빠귀는 시베리아 아무르에서 날아올라 월동을 하기 위해 서해안에 둥지를 튼다. 하지만 폭설이 며칠 쨰 내리던 날 흰 점박이 개똥지빠귀는 눈보라에 들씌워지고 제온이 떨어져 숨이 끊어진다. 개똥지빠귀의 뱃속에 팽나무 열매 몇 개가 있었다. 개똥지빠귀의 분해된 몸이 녹아들어 기름진 땅속으로 뿌리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 어린 팽나무 싹은 엶이 되자 묘목이 되어 몇 개의 가냘픈 잎사귀가 돋아나와 바람에 팔랑 인다. 이 팽나무는 스스로 죽음 같은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명명의 활기를 깨닫게 되었다. 팽나무는 해마다 개똥지빠귀의 작은 무리가 숲에 찾아온다는걸 알고 있었다. 나무는 씨앗이었을 적에 개똥지빠귀의 뱃속에 있다가 땅속에 팜께 ..

카테고리 없음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