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3

2025 . 6 .제주여행

6월 3일 첫날. 사려니숲길( 서귀포 사려니숲 입구 붉은오름- 제주 사려니숲길. 10 킬로)2024년 12월 3일,마치 백주대낮에 벼락을 맞은듯이 계엄이 선포되었다. 마치 긴 영화를 축약해서 주요장면을 보여주는 유투브 장면처럼 몇개월만에 우리는 숨가쁜 날들을 한꺼번에 번개처럼 겪어냈지만 그러는 동안 불면의 밤은 길었고 두려움을 동반한 분노의 날들 또한 길었다.시대착오적인 계엄선포 이후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의 국회진입을 막아내기 위해 국회로 달려가고 계엄군과 맨몸으로 맞서고 모든 시민들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염원 속에 계엄해재 결의안이 의결되고 내란옹호당의 반대로 한차례 탄핵소추안이 결렬되었으나 결국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악몽과도 같았던 수없이 많은 날들을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끝..

세상이야기 2025.06.06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손턴 와일더

이 전설적인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1714년 7월 20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지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그 아래의 골짜기로 추락했다. 이 다리는 백년전 잉카인들이 리마와 쿠스코를 잇기 위해 고리버들을 엮어서 만든 것이다.이 다리의 이름이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다. 모든 사람이 깊은 영향을 받았지만 오직 한 사람 주니퍼 수사만이 거기에 대해 무언가 행동을 취하려고 했다. 즉 그는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으로 볼 것인지 증명하고자 했다. 즉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일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주니퍼 신부는 여기에서 죽은 다섯 명의 숨겨진 삶을 조사하고 그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겠다고 마음먹는다. ""신형철의 해제에서 그는 옛날식 우화..

카테고리 없음 2025.05.26

포루투칼의 높은 산- 얀 마텔을 읽다

얀 마텔. 그의 소설을 읽고 나서 나직하게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어쩜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당하게 구성할 수 있을까. 마음이 벅차오르고 감동이 아주 낮게 , 그리고 오랫동안 마치 끈끈이처럼 내 마음에 남아있다. 실은 몇 년 전 읽은 소설인데 그때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두고 다른 책으로 옮겨 갔다. 그땐 그랬다. 작가가 의도한 긴 호흡에 올라탈 수가 없었다. 이후 포르투갈 여행을 앞두고 포르투갈 작가의 작품을 읽고 싶어 다시 책장에서 꺼내 읽었다. 그런데 그때 놓쳤던 이야기들이 단숨에 훅 나를 압도했다. 얀마텔의 인상깊은 작품인 는 영화로 수년 전에 보았다. 그 영화 또한 얼마나 독특하고 감동적이었던지. 얀마텔의 포르투칼의 높은 산은 옮긴이의 말처럼 플롯과 주제 스토리 인물들이 그야말로 ..

카테고리 없음 2025.05.26

빛과 실-한강을 읽다

문학은 언제나 현재를 사는 우리를 호명하고 우리가 끝내 답하지 못한 질문들과 마주하게 하면서 우리를 들볶는다. 때론 슬픔과 고통으로 그리고 회한으로 일상의 나룻배에 실려 정처 없이 떠내려온 삶을 잠시 멈춰 세우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역사적인 진실이든 개별적 존재론적인 진실이든 우리의 허약한 양심을 들춰보며 너는 무엇을 들었으며 무엇을 보았으며 무엇을 생각했으며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아프게 질문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문학은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든 , 어렸을 적 끌적였던 구두상자에 쓴 시든, 아님 종이벌레에 좀먹은 수십 년 전 일기장에 자신만의 작은 심장으로 작고 삐뚤빠툴하게 두서없이 써 내려간 일상의 기록이든 실체를 입은 언어의 힘은 가늘고도 단단해..

책 이야기 2025.05.16

말- 장폴 샤르트르

“구토"는 사물과 자기와의 거리를 느낄 때의 감정이다.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실존주의 문학가 사르트르를 우연찮게 다시 만난다. 아들이 최근에 빠져들었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언급된 사르트르에 대해 궁금해한지라 20대 초에 어렵게 접했던 그의 작품을 다시 구매해서 두 권을 읽었다. 구토와 말. 먼저 구토에 대해 살펴보자. 그가 30대 초에 쓴 구토는 실존에 직면한 불안한 젊은이의 불안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고 대단한 서사적 구조가 있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사유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먼저 읽은 그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말들을 담아 본다. 구토는 앙투앙 로캉탱의 서류 속에서 발견된 기록이라고 소개된다. 그는 그 당시 아프리카 중앙유럽 극..

책 이야기 2025.05.15

넥서스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2025년 3월 21일 한겨레에 실린 유발하라리에 관한 글이다."언론과 법, 두가지 장치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시대를 꿰뚫는 성찰로 세계적으로 독자층이 두터운 저술가 유발하라리가 최근 한국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한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이 일어나는게 놀랍지는 않았다. 쿠데타 라고 하면 탱크를 앞세운 무력 방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민주주의 방식으로 권력을 잡은 뒤 권력유지를 위해 비민주주의적 방식을 동원하는 게 역사적으로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때 독재자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언론과 법이다. 그는 신뢰 회복 방안의 첫번째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를 강조했다. "쳇봇이 사람으로 자신을 속이는 것을 법으로 규제해야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인간에 대한 관대함이다. 인간의 행동이나 말을 해석..

책 이야기 2025.04.24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사는 곳이 서울이 아닌 남부의 작은 도시라 보고 싶은 예술영화를 보기가 싶지가 않다. 그럴 때마다 문화적 소외감을 슬쩍 느낀다. 발품을 팔고 시간을 내서 서울의 독립예술영화관을 찾아야 하지만 그마저 쉽지는 않아서 스트리밍영화관에서 구입해서 볼 수밖에. 방구석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중해서 볼 수 있고 반복해서 주요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주요 장면을 찍어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저작권침해소지가 있나?). 영화가 원작이 있다 해서 원문으로 읽어 보았다. 영화로 각색된 원작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중편이라 할 정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 제임스 조이스 이후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마치 단편소설처럼 간결하고 차분한 문체. 작가의 감정이입식 감정과 판..

카테고리 없음 2025.03.20

구약이야기-크리스틴 헤이스

모태신앙까지는 아니지만 유년기에서 청소년기까지 교회에 다녔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이든 기독교문명과 유럽문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에 기록된 유대인의 역사를 알아야 할 것 같은 욕구에서 이 책을 읽었다. 고대 유대인들의 역사책이기도 한 이 책이 어떻게 쓰였으며 역사적인 사건과 신화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구약을 현재적인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오픈 예일대학 코스 명강의록을 기록한 책중 하나인 이 책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모든 성경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24권의 책 묶음을 다룬다. 서구 문명의 밑기둥이 된 스물네 권의 책에 기록된 복자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성경을 군데군데 읽었을 뿐 전체 내용을 알지 못한 처지에서 얕은 성경지식으로 책 읽기를 시작한 나에게 많은 공부가..

책 이야기 2025.03.17

그가 다시 돌아오면 박노해

그가 다시 돌아오면계엄의 밤이 도래하겠지번득이는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의인들과 시위대가 ‘수거’되겠지 광장과 거리엔 피의 강이 흐르고사라진 가족과 친구를 찾는언 비명이 하늘을 뒤덮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살림은 얼어붙고 경제는 파탄 나겠지우린 갈수록 후진국으로 추락하겠지오가는 사람도 드문 스산한 밤거리엔총소리 군홧발 소리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계엄군이 내 가방을 뒤지고 신상을 털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남북이 충돌하고 전쟁이 돌아오겠지자위대가 상륙하고 미군이 연합하고긴 내전과 숙청의 날들이 이어지겠지숨어있던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광복 80년 만에 이 땅은 다시 빛을 잃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모든 방송과 언론과 유튜브에선검열된 이슈와 재미와 조작으로눈과 귀를 가리며 관심을 돌리겠지김건희의 국빈 행사와 일상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3.07

권력과 진보를 읽다.

얼마전 중국의 헤지펀드인 하이를라이어의 대규모 자원을 지원받아 개발한 딥시크는 오픈소스 대형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중국의 인공지능 연구기업이자 회사의 제품명이라 한다. 저비용고효율의 생성형 언어모델인 딥시크의 상용화가 불러올 경제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인 충격의 여파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테크놀로지의 혁신이 사회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산업계 뿐만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양하게 보도되었다.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를 다룬 대런 아세모글루과 사이몬존순이 지은 권력과 진보를 읽었다. “인간은 불완전한 제도와 서로 충돌하기 일쑤인 충동을 가진 존재이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우리가 만든 차량이 정의를 향해 달리게 할지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책 이야기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