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7

나의 올드 오크 ( The Old Oak)- 연민과 희망을 향해

버나드 쇼 ( Bernard Shaw)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고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꾸준히 애쓴다. 그러므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 켄 로치 감독은 1936년생, 만으로 87세다. 영화와 함께한 세월도 60년이 넘는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진즉 은퇴하고도 남을 때이지만, 로치 감독은 신작 '디 올드 오크'(The Old Oak)를 들고 돌아왔다. 로치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무려 15번째다. 그보다 더 많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감독은 없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에서 단 9명만이 황금종려상 2회 수..

영화이야기 2024.05.06

리빙: 어떤 인생을 보다

"우리가 만든 놀이터는 사소한 일이었다. 다른 사소한 일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죠. 황폐해지거나 거창한 계획 때문에 사라질 수도 있겠죠. 우리가 만든 것이 영구적인 기념물이 아니에요. 어떤 목표를 위해 매일 애쓰는건지 확신할 수 없는 날들이 찾아오면 무엇보다 일상에 지쳐 오랜 시간 내 발목을 잡았던 그런 상태로 당신도 움추려들면 우리의 작은 놀이터가 완성된 순간 느꼈던 소박한 보람을 떠올려 보길 바랍니다. " 영화 어떤 인생의 로드니 윌리엄스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신입공무원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과 같은 편지글이다. 이 영화는 오랫동안 하루같이 똑같은 일상을 마치 그의 별명이었던 좀비처럼 무감각하게 살고 있던 시청공무원이었던 나이 든 윌리엄스가 어느 날 암선고를 받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

영화이야기 2024.02.19

더 글로리의 아픔

1월에 넷플릭스 드라마가 개봉되어 시즌 1을 보았다. 익숙하면서도 섬뜩한 서사구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교폭력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드라마적인 재미와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넘어 더 글로리 라는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아픈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보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하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 시즌 2가 기대되면서 2월 20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좋은 리뷰글이 있어 소개해 본다. [왜냐면] 최원훈 |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가 화제다. 주인공 동은은 끔찍한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가해자들의 부모는 사건을 돈으로 무마하고, 학교는 동은에게 2차 가해를 한다. 피해자를 제외한 학교 공동체의 교육 주체들은 모두 방관자나 가해자다. 경찰은 동은..

영화이야기 2023.02.21

다가오는 것들-미아 한센 로브 감독 작품

샤토부리앙의 해변의 묘지 이곳에 바람과 바다를 좋아하는 시인이 묻었습니다. 영화는 나탈리 가족이 해변의 별장으로 가족여행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자막에는 “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철학적인 메타포로 읽힌다. 가족은 공동체로 묶여있지만 각자의 삶은 지긋히 개인적이고 불가지적인 것이 아닐까. 함께 있으나 다가가지 못하는 삶의 굴곡마다 어렴풋이 각자의 삶의 얼개들을 만나고 개인의 진실은 계속적으로 유예되는 것은 아닌가. 가족은 가장 가까워서 오히려 실존적인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을 극대화 시키기도 하는 것은 아닐가. 타인의 삶은 다가갈 수 있는 것일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통보받고 나탈리는 상대..

영화이야기 2022.11.24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

루이스 웨인.. 19세기 영국의 풍경들이 물론 CG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너무 아름다워 영화를 보는 도중에 화면을 정지시키고 몇컷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영상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영화연출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시대적인 편견과 외압을 이겨내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다른 이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영역, 즉 고양이를 의인화하는 삽화들을 그려내 당대 뿐만아니라 그 이후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루이스 웨인의 멋진 인생이 제일 감동적일 수 밖에.. 특히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분상의 격차를 무시하고 결혼한 영민하고 감성적인 그의 아내가 그와 함께 키운 고양이는 아내가 위암으로 일찍 떠난 후 심한 고립감과 정신분열적인 망상을 겪는 그에게 평생 아내를 추억하면서 세상을 아..

영화이야기 2022.05.10

소년심판

"보여줘야줘.. 법이란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자기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돌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줘.. 그러라고 우리 모아 놓은 것 아닙니까?"-심은석 소년법원 판사- "왜 재판을 속도로 처분합니까? 그 속도로 놓쳐버린 아이들 그 피해자들은 대체 누가 책임지는데요? 그거야 말로 일의 효율이 아니라 무책임아닌가요?" -심은석 판사 적어도 소년법정이 가해자의 교정과 교화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피해자가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촉법소년의 갱생과 사회적 격리 가운데 어느쪽을 선택해야할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영화이야기 2022.03.26

세븐 세컨즈

눈구덩이에 마치 들개처럼 뺑소니 사고 후 처참하게 버려진 흑인 소년 브랜튼 버틀러.... 다른 범죄드라마 보다 이번 미국 드라마시지즈 세븐 세컨즈는 단순히 미국내의 흑인차별과 부패경찰, 편파적이면서 백인중산층 중심의 비합리적인 사법체계의 문제를 들여달보는 것도 있지만 그 서사를 지탱하는 인간들의 사회심리적인 실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보다 버틀러의 죽음을 둘러싸고 가족들, 엄마, 아빠, 삼촌, 그리고 가정학대를 경험한 뻉소니 마약단속 경찰관, 자신의 심리적 나약함과 직업적인 실패로 인한 자기연민성 알콜중독 검사 케이제이, 양심과 진실보다는 생계와 네포티즘을 우선시하는 직장동료들 그리고 배신등을 다각적으로 보면서 그들의 생존 생태계에서 결코 쉽게 해답을 내놓지 않고 냉정하게 이게 삶이야 라며 매몰차..

영화이야기 202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