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키를 결코 넘지 못하는
잡풀의 우거짐은 오늘 그이 발자취를 오래 끌며
등 뒤에서 우수수 몸을 턴다
한 사내가 새벽강에 나가
살아온 만큼의 수치와 모멸을 씻는다
엄지발가락 사이를 빠르게 헤엄쳐
질주하는 물살
사내의 무거운 육체를 위로하며 간다
새벽강은 안개에 젖어 나른한데
자꾸 물 속으로 넘어지는 사내
몸밖으로 빠져나가는 꿈하나 건져 올렸을까
잃어버릴 것 더는 없어
남겨진 시간들이 사내의 등을 떠민다이제는 이 불혹의 강가
세월을 넘지못해 검게 타오르는 강물 속에
사내의 시간은 흘러가고
부지갱이 불씨 하나 건져 올리는 안타까움으로
사내는 자꾸 존재의 심연을 길어올린다
어디 내 수치를 떠다 밀 꿈 한자락 숨어있는가
건너지 못할 레테의 강가
그의 수치만큼이나 앙탈하며 매달려 있는
물살 몇 올
그냥 데불고 안개속을 걸어
한 사내 터벅버벅 길위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