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크런치 모드" 기사를 읽고

숨그네 2022. 7. 5. 10:56

"일하고 싶을 때에는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지속 확산되고 있다. " 얼핏 보기엔 솔깃하지만 감언이설에 가깝다. 주 92시간 근무의 길을 터주는 연장근시무간 정산기간 확대를 비롯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확대, 스타트 업 전문직 근로시간 규제환화 등 사용자가 마음껏 일을 시킬 수 있게하는 방안들이 주52시간제를 뒤엎고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주 120시간 노동시간 유연화이다. 윤대통령이 말하는 바짝일하기는 게임업체를 비롯한 정보기술 업계에서 한때 관행처럼 퍼졌던 업무방식이다, 개발업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했던 크런치 모드다. 신제품 출시 등을 앞두고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달간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는 초고강도 노동관행이 구로등대, 판교의 오징어배 라는 자조 섞인 은어가 나온 배경이다. 

크런치 모드는 노동자를 갈아넣어 생산성을 높이는 비인간적인 악습일 뿐이다. 실제 게임 업체드에서 젊은 개발자들의 과고사와 과로 자살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주 52시간제로 사라져가는 추세였는데 윤설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힘입어 다시 날개를 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간은 필요할 때마다 출력을 한껏 높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한달이든, 한주든 과로를 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중 세번째로 장시간노동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주 52시간 안착을 통한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이종규 논설위원 ,한겨레"

육체노등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짓는 자리에 있을 경우 그들은 재계를 대표하는 자본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윤율이 결국은 불변자본이 가인 가변자본 즉 잉여노동력을 극대화시켜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냉정한 요구를 정치는 충실하게 떠받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래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온 자본과 노동과의 갈등이다.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노조 조직률이 14 %로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사용자와 협상을 통해 시간 선택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의 감언이설 이면을 읽어내고 자본시장에서 내 놓을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노동력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진보적인 정당 정치권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보수언론과 매스미디어 새롭게 부상하는 이커머스의 유통구조와 소비문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의 부족 등등이  점점 더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의식화를 방해할 것이다. 마치 컨베이어 밸트에 쉴 새 없이 실려가는 일상적 삶 속에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힘을 합할 수 있는 조직을 결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더더구나 자신의 계급에 대한 당파성 없이 중산층 모드의 허위의식을 갖게 하는 대중문화가 득세하는 세상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