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메리올리버를 읽다

숨그네 2022. 11. 11. 16:59
날이 선, 반짝반짝 빛나는 십 대, 자물쇠 채워진 시간. 단단한 이십 대. 느슨해지는 30대, 초조한 사십 대. 가끔은 희망과 약속의 시간이 있는
버팀의 50대. 지금은 60대
난 단순하고 헌신적이고 싶다. 떡갈나무처럼.
ㅡ메리올리버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악몽 같은 일을 겪었고, 그로 인해 구석에 웅크린 소심한 아이. 잎이 나지 않은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한다. 그는 어둠의 집에서 벗어나 숲 속을 돌아다니며 행복을 찾았고 그것이 삶의 습관이 되어 수천 송이의 빛처럼 아름다운 시를 토해냈다. 그가 한 말처럼” 늘 바삐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보았지/ 걸음을 멈추면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서…. “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우리 모두 허기진 마음을 안고 살며, 행복을 갈구한다. 나는 내가 행복한 곳에 머물렀다.”
그녀가 행복한 곳에 머물렀다는 말에는 잎이 자라지 않은 나무처럼 황폐하고 두려운 그의 영혼을 돌봐주기 위해 그녀가 직접 발로 걸어 다니며 찾고 사귀게 된 자연이라는 경이로운 세계가 있었고 그 세계에 자신의 영혼과 교감을 이룬 치열한 그의 언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매리 올리버의 삶과 그의 글들이 세상살이에 지쳐 황폐해지고 닳아버린 우리 마음에 단비처럼 내려 촉촉이 우리를 적셔주길 희망하며 그의 글을 읽고 함께 공유하고 싶다.

시인이 세상에 바치는 찬사 『완벽한 날들』. 퓰리처상 수상 시인인 메리 올리버가 발견한 찬란하고 텅 빈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세상이 아침마다 우리에게 던지는 거창한 질문인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에 대한 말에 대해 들려주고자 한다. 프로빈스타운 주변의 자연과 저자 자신의 이야기, 동반자였던 몰리 멀론 쿡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고 투명한 산문으로 보여주고 있다.

죽음과 기억을 산문과 시를 통해 생각하고 어린 시절 겪은 자연의 미스터리를 기억해 내고, 50여 년을 살고 있는 프로빈스타운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이 존경하는 워즈워스와 에머슨, 호손에게 헌사를 바친다.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의 놀라운 창조물과 지구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응시하고 그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저자가 발견한 아주 평범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들이 도처에 있어 마음 쉴 자리 없이 내 영혼이 황폐해 있을 때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매리 올리버의 산문과 시는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처럼 나를 정화시키고 마치 우리가 태어났던 심오한 자연의 섭리 속으로 천천히 기쁨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나를 설레고 했던 그녀의 말들을 옮겨 본다.

  • 세상의 슬픔을 흩트려서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활기찬 기쁨, 그치고 진정한 환희.
  • 문명세계라 불리는 이 시대의 위험성 중 하나는 이 영혼과 풍경. 우리 자신의 최고 가능성 들과 우리의 창으로 보이는 경치의 관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소중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은밀히 친밀하게 확실히 누리에겐 종달새가 날아오르는 들판이 필요하다. 야생의 세상이 없다면 그 어떤 물고기도 눈부신 빛을 발하며 물 위로 뛰어오를 수 없다.
  •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다.
  •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 평생 나는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 검은 떡갈나무의 근력, 침묵, 굵은 수관은 업신여길 수 없는 삶을 이룬다.
  • 그리고 난 단순하고 헌신적이고 싶다. 떡갈나무처럼
  • 무엇보다도 한번 써봐, 노래해. 피가 혈관을 흐르는 것처럼.
  • 그들은 부와 권력을 쥐고 있지만 고차원의 세계에서는 가족으로부터, 우정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진정한 노동으로부터 삶을 원만하고 빛나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들로부터 추방되어 떨고 있는 부랑자일 뿐이다.
  • 측은하고 결핍되고 진정으로 살아있지 못한 존재로 보인다.
  • 인간은 무릇 가정적이고 견실하고 정치적이고 이성적이며 도덕적이어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바람의 손아귀에 든 먼지처럼 소용돌이치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유연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신념이다.
  • 개똥지빠귀, 아메리카 솔새 콩새, 데이지, 금관화, 해당화, 미역취, 인동덩굴, 엘레지….
  • 몇 해 전 이름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수에서 벗어나 환하게 쏟아지는 포근한 햇살 속으로 들어 선 아주 평범한 순간, 나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에 사로 잡혔다. 나는 행복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완별 한 날들
  •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데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습관을 옷처럼 입고 산다.
  • 아귀, 너무나도 그로데스크 한 몸. 지독히도 불쾌한 입, 몸 전체 크기만 한 거대한 어둠의 문. 아귀의 몸 대부분이 입이다. 그런데도 그 초록 눈의 색깔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에메랄드보다, 적은 이끼보다 제비꽃 잎사귀보다 더 순전한 초록이고 생기에 차서 반짝인다




기러기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