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치아바타- 납짝한 슬리퍼

숨그네 2022. 7. 8. 13:36

나인 투 파이브의 일상을 33년 살고 평범한 비직장인으로 돌아온지가 금새 5개월째이다. 은퇴 후 생활이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편안한고 평화롭기도 한 날들이었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였을까? 좋아하는 책들을 가득 쌓아놓고 충분히 읽지 못했기 때문에 책을 일단 좀 많이 읽자 그리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이러저리 무계획적으로 사용해서 자유롭게 하루를  살자. 시간표가 있는 곳에 등록해서 뭘 배우고 그러지 말자. 그냥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자. 간혹 시간을 내서 여행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자. 두려워서 게을러서 미뤄 두었던 블러그 글 포스팅을 다시 시작해서 내 생각을 적어보자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다시 공적인 삶을 위해 내 역량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년까지 내 삶을 이어 줄 북카페운영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해 보자 등등. 그 와중에 화 목 일주일에 두번하는 제과 제빵실습을 지인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이마저도 시간표가 짜여있어서 약간 주저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첫날 실습을 하면서 처음으로 레시피를 받아 제과 제빵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들을 보고 만지고 계량하고 서로 섞고 무섭게 생긴 믹서기계를 조작해서 나온 밀가루 덩어리의 순한 살을 어루만지고 길게 늘여보기도 하는 신기한 노작활동에 신이 나버렸다. 특히 망고컵케이크 만들기도 너무 재밌었지만 설탕과 버터없이 강력분밀가루에 효모를 넣어 발효의 시간이 무려 3차례 80분이 들어가는 치아바타를 만느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보드라운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두손으로 가볍게 동글동글 굴리면서 둥근 빵모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신이 났고  그 빵을 오븐에 넣어 부풀어 오르는 빵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빵을 낱개 포장해서 나누어 먹을 생각으로 마음부터 포만감이 생긴 순간이 제일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동서집에 그리고 가까운 지인의 집에 들러 호기롭게 자랑하면서  처음 만든 빵을 나눠주었다. 참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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