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휴식에 대해....

숨그네 2022. 6. 17. 12:04

「우리는 자신은  물론 남의 휴식에 관대하지 않다. 어릴 때  부터 쉴 틈 없이 공부에 매달리고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선행하여  무리속에서 또 잠을 줄이고 내달린 사람들이 이끄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자기보다 낮은 처지인 사람들이 쉬는 꼴을 못 본다.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은 남의 눈을 피해 화장실 옆 비품 칸에 쪼들려 앉아 쉰다. 대기업 체인 제빵 노동자들이 점심시간 1시간을 편하게 쉬지 못하고 아파도 연차를 내지 못하고 아파트 경비원들이 에어컨을 설치하자 동대표들이 자기 허락을 받지 않았다며 철거하라고 한다. 인생이 붕어빵이라면 그 안엔 팥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 팥은 휴식, 휴일, 휴가라 부르는 시간 동안만 자란다. 빵의 크기에만 집착하는 사회는 푸석한 밀가루만 날리는 기이한 공갈빵을 만들어낼 뿐이다. -이명석 문화비평가」

며칠 전 한겨레 컬럼에서 공감하면서 읽은 내용이다. 예전에는 외국에서도 한국인의 근면성이 그들의 성공신화를 이끈 힘이라며 극찬할 때가 있었고 나 또한 은근 그런 칭찬에 우쭐하며  불철주야로 일하며 하루 12시간도 모자라 밤새 불을 밝히는 24시간 편의점이며 새벽배송까지 마다하지 않고 주문즉시 총알 배달하는 배달민족의 후예로서 자부심을 슬쩍 느껴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여행과 외국문화권에서의 길지 않은 생활과  이런 배달의 편의성과 밤샘 노동으로 이어지는 24시간 편의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외국 원어민들의 시각을 곱씹고 노동인권에 대해 공부하면서 과연 이러한 성장위주의  사회시스템을 지탱해 주는 쥐어짜는 노동을 당연시하고 가치부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잉여노동율이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들의 이익을 창출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오히려 잉여가치를 낳아주는 노동자들이 그들의 노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뒤바침해줘야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자본가들을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힘든 노동에 힘입어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자급자족해서 살아가는 원시적 공동체가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나 아닌 다른 이들의 필수적인 사회적 노동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초분업화의 산업구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소득이 많아 근로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실존에 필요한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회가 지탱되려면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조건을 충족시키는 복지 시스템이 잘 가동되어야 서로가 안전하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올리버트위스트에 나오는 명장면처럼 시민들이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자신의 일상적 삶이 약간 불편해지지만 그것을 그들의 파업탓으로 돌리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결국은 남을 위한 일이 자신을 위한 일임을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알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그래서 파리바케트 노동자들의 휴식없는 노동의 부당함과 단체협약을 완전하게 이행하지 않는 사측의 부당한 노동행위들이 우리의 일상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런던 시민들이 과로에 시달리던 제빵 노동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것은 심장때문이 아니라 위장 때문이었다. 빵 반죽에 명반과 모래 오물까지 들어가 있었지만 진상조사위원회는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가들에게 넘어가 결국에는 자유상업에는 "기교가 필요한 물질"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뭉게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런던시민들의 건강을 해치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사회문제화되자 그때서야 하루 18시간 쉬지않고 일 하는 제빵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공장법이 제정되고 표준근로시간이 정해지게 된다. 

자본주의의 원리자체가 생명을 짜넣는 과로사회가 될 수 밖에 없지만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휴식이 정당하게 인정이 되고 타인의 극한 노동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 이다. 그것은 정작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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