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나고 흑두루미가 발을 적실 곳이 마땅잖아 해매일 무렵 이번 3월에 개통된 양양행 비행기를 여수에서 타고 훌훌 날아 강원도 속초엘 갔다. 비가 내렸다. 그래도 좋다. 설악산 준봉들을 비구름속에서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다. 늘 자연은 인간을 압도한다. 인간들에게 모욕적으로 주눅들게 만드는 압도감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자연의 품안에 놓고 살포시 작게 엄마에게 안기게 하는 따뜻한 압도감. 1시간에 걸쳐 달려간 인제 미시령을 넘어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 주차장 바로 앞에 놓여있겠지 생각한 건방진 나는 딸과 3킬러 긴 비포장 대로를 걷다 자작나무숲 안내글귀가 새겨진 구불구불 산길을 1킬러를 더 걷다 드디어 무슨 환영처럼 펼쳐진 자작나무숲을 갑자기 맞대면하면서 약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예전엔 그랬었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북한을 들러 유라시아를 달리는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대작가인 톨스토이와 도스토에프스키, 막심고리키, 그리고 시인 마야고프스키와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나라인 러시아에 끊없이 펼쳐져 있을 자작나무숲을 달리는 시베리아 열차의 창 너머로 보리라. 낭만적인 생각. 나쁠 것은 없다. 우리나라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를 볼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쉽게 벗겨지는 하얗고 연약한 수피로 된 하염없이 고개를 들어올리게 하는 키 큰 자작나무들로 된 숲은 처음에는 비의적인 신비로움으로 공포감과 경외감이 동시에 들게 한다.
동해. 산더미처럼 몰려오는 파도와 깨끗한 수평선. 깊고 시퍼런 바다속. 수없이 많은, 떠도는 무인도 섬을 안고있는 남해의 바다와 사뭇 다르다. 광활하고 무섭다.
설악산과 동해, 그리고 영랑호 와 같은 호수를 갖고 있는 땅 속초. 남북이 분단된 뒤 북에 있는 고향에 가지 못하고 남한에 남게 된 실향민들과 피란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휴전선과 마주해 실향의 한과 슬픔을 달래며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삶을 이어온 땅. 근해에서 잡아올려 엄청된 어획량으로 그나마 그들의 생계에서 절대적인 몫이었던 명태는 기후변화로 더이상 잡히지 않고 러시아에서 다량을 수입해서 저장하고 손질해 황태로 시장에서 팔고있고 오징어잡이도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있는 곡식으로 발효시킨 가미자숙해와 고등어숙해, 그리고 아바이순대는 다음 여행에서 꼭 맛보아야 겠다. 다음을 기약하는 멋진 여행 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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