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네
봄이 오고 풀은 저절로 자라나네
얼마전 롤랑 바르트 의 마지막 강의를 띄엄띄엄 시간을 끌며 읽었다. 그의 글들은 시간속에서 시간을 잃게 하는 힘을 갖는다. 목적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실용적인 지식이 넘쳐나는 인터넷 세대에게 사유하는 힘을 얻기 위한 좋은 글감들이 그의 글에서 발견된다. 그의 글 중 무위에 대한 부분이 있다.
1. 생활속에서 가장 사소한 사건들을 위해 투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소하지만 반복적인 확신.
2. 무위는 반사회적이다. 이해 시킬 수가없다. 처박히고 싶은 욕망.
3.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책을 손에 쥐고 있거나 책을 쓰는 것을 꿈꾸지 않게 되면 바로 권테에 잡힙니다. 나에게는 참을 수 없는 것이다. -플로베르
4.나는 완전히 굴처럼 산다. 소설은 나를 붙잡는 바위이다. 나는 세상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카프카
무위를 꿈꾸지만 플로베르처럼 권태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소설쓰기가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몰두하는 자신이기를 바래며 일상을 살아낼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실존적인 욕망이 아닐까.
그리고 반사회적으로 모든 관계에서 벗어난 처박히고 싶은 욕망이 있으면서도 대답없는 전화를 기다리거나 잊어질가봐 전전긍긍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이 지나침이 없었을까 점검하고 자신이 처한 물질적 조건이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한 밤에 위통으로 잠을 설치며 어둠속에서 깨어있다. 버거운 사회적관계에서 벗어나기를 꿈꾸지만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그물망에 그렇게 모순적으로 걸려서 살아가는 것이다.
평화로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그저 무해한 바람과 햇살만으로 꽃을 피우고 생명이 다하면 유순하게 혼자서 시들어 생명을 다하는 꽃처럼 나무처럼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조건이 예전보다 훨씬 관계가 헐겁고 자신의 본질에서 벗어나 허위의식으로 때로는 가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우제를 지내고 싶을 정도로 매마른 땅에 단비가 간지럽게 오고 만 주말 오전에 혼자서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어쩜 완전한 무위를 꿈꾸지만 아직은 실현불가능한 일상인이 갖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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