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쉽게 물러서지 않는 추위를 우리는 꽃샘추위, 꽃을 시샘하는 추위라 부른다. 귀엽지만 왠지 안쓰러운 마음으로 달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금새 4월. 이제 황사보다 더 위험수위가 높다는 금속성의 미세먼지와 엘러지를 일으키는 노란 송진가루가 연일 계속되더니 반가운 봄비가 더럽혀진 대기를 깨끗이 청소하듯 보슬보슬 너무 고맙게 내리고 있다. 어제 화원에서 대려와 창밖 발코니에 놓인 화분에 심겨진 흰장미도 새로 봉긋 꽃잎을 밀어올리고 있는 아침이다.
모처럼 흥미롭고도 지적인 책을 읽었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을까? 파이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지는 나무의자는 없다는 선언으로 유명한 푸코적인 탈구조주의적인 내용을 담은 철학책인가?
처음부터 다소 생소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 대한 서사와 어느 과학자의 삶을 씨실과 날실을 엮듯이 흥미롭게 써내려간 룰루밀러와의 내밀한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혼돈의 세계. 21세기 과학혁명으로 이제는 나의 취향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사고를 마치 꿰고 있는 듯한 에이아이가 우리곁에 슬그머니 자리잡기 시작한 최첨단 과학 디스토피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세계와 관계맺는 것이 어쩌면 다소 프로그램잉되어 있어 자신도 모르게 그 세계에 접속되어 있는듯한 느낌으로 살다가 갑자기 느닷없이 찾아오는 사건들에 직면할 때는 “아 이게 뭐야?” 하면서 자신만만했던 일상에 심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들. 누구나 한번씩은 겪는 인지부조화의 삶들. 혼돈과 질서사이를 길항하면서 우리는 통제불가능한 삶의 사닥다리를 위험스럽게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의 형태를 밝혀냄으로써 지구의 혼돈에 질서을 부여하는 일을 하는 과학자 , 더 정확히 말하면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조던의 삶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그의 삶의 궤적과 학문적인 성과, 그리고 그가 학계와 인류에 본의아니게 던져준 철학적인 의문점과 성찰을 예리하고 디테일한 사건을 중심으로 독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알레고리와 반전의 드라마와 숨가쁘게 독자를 몰아간다.
저자가 데이비드조단에 이끌린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찾아온 혼돈에 뒤흔들리고 자기손으로 직접 인생을 난파시킨 뒤 그 잔해를 다시 이어붙여 볼려고 시도하고 있을 무렵 “ 자기가 하는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1.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조단은 어렸을 때부터 지도 만들기를 비롯해 주변의 다양한 꽃들에 대해 조사하고 그것들을 구별하고 그 꽃이 무슨 속이며 종인지를 밝혀나가고 심지어는 외딴곳에 살고 있는 조슈아 엘러우드라는 가난한 농부가 모든 식물의 학명을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노인을 경외하며 따라다닌다. 숨어있는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조단에게 가혹했던 학교생활을 견디게 해준다. 특히 사랑했던 형 류퍼스의 죽음 이후 데이비드는 들꽃 고사리 아이비 나무딸기등 자연의 모든 파편을 꼼꼼하게 스케치하며 거의 일기장을 색체들로 폭발시킨다. 그의 그림밑에 쓴 학명을 발음할때 그는 “ 그 이름들은 내 입술에 얹힌 꿀과 같았다. ” 라고 묘사할 정도로 빠져든다.
심리학자들은 일종의 수집습관은 박탈 혹은 상실, 취약성이 발생한 수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 바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한다. 즉 무력감을 느낄 때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듯 데이비드는 어렸을 때 수집과 채집 그리고 분류하기에 입문한다.
2. 어느 섬의 선지자
페니키스 섬은 매사추세츠 해안에서 22킬러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는 “땅꼬마”라 불리는 슬프고 외로운 작은 바위섬, 지옥의 전초기지‘ 라 불린다.
이 벌거숭이 해안은 나환자촌이기도 했고, 헤로인 회복센터가 있던 곳이기도 했도 마침내 박물학자들이 찾던 곳이기도 했는데 조던에게 큰 영향을 미친 당대 가장 유명했던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를 만나게 된 곳이다. 아가시는 자연에서 젊은 박물학자들을 모아놓고 직접 관찰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일존의 여름캠프를 이곳에서 연다.
평생 술과 담배 카페인을 자신의 지각능력을 방해한다고 멀리했던 조단에게 찾아온 꿈과 같은 기회. 그 당시 아가시는 자연속에 신의 계획이 숨겨져 있다고 믿었고 모든 종 하나하나가 신의 생각이며 그 생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분류학의 작업은 창조주의 생각들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즉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구상했던 “ 신성한 사다리 ” 개념을 믿었고 “구조의 복잡성 혹은 단순성, 또는 주변세계와 맺는 관계의 특징 같은 것이 생물의 객관적 척도라 믿고 그 척도를 사용해 생물의 등급을 매겼다. 그리고 그는 가장 가치 있는 교훈은 피부 아래 감춰져 있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아가시는 자연을 하나의 종교적 텍스트로 제시했고 가장 둔한 민달팽이나 민들레조차 그것들을 들여다 볼 만큼 호기심이 충분한 인간에게는 영적, 도덕적 안내자가 되어줄수 있다고 생각했다.
3. 신이 없는 막간극
” 인생의 의미가 뭐에요“저자가 물은 이 질문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한다. ”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이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것이자 언제라고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내세, 운명, 어떤계획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말것. 그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미 모든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이니까. “
”넌 중요하지 않아. “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 는 도덕률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한 생화학자.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의 말대로 학생들에게 헌신적이고 인생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고, 대법하게 살았다. 그년는 평생 광대 신발을 신은 허무주의자 같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 노력해왔다고 고백하며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애쓰며 살았다고 고백한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혼돈과 도전 그리고 외로운 실패를 거듭하며 20대를 통과한 저자는 어둡고 혼미한 시절에 결코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그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로 하여금 혼돈을 향해 계속 바늘을 찔러 넣도록 한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그가 발견한 처방과 희망이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으로 조단에 빠져든다.
다윈은” 이종교배한 종들은 무조건 생식능력이 없다고도, 불임성은 창조주가 부여한 특별한 자질이자 창조의 신호라고도 주장할 수 없다.“ 고 말하며 이윽고 종이 그리고 사실상 분류학자들이 본질적으로 불변의 것이라 믿었던 분류단계( 속, 과, 목, 강등)가 인간의 발명품일 뿐이라고 선언한다. 그에 때르면 자연에는 가장자리고, 불변의 경계선도 없다.
4. 꼬리를 쫒다.
데이비드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 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창조 이야기, 인간을 만드는데 어떤 생명의 실험들이 필요한지를 알아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가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생물들의 우연한 실수와 성공들속에 쓰여 있는,잠재적으로 인류가 더욱더 진보하도록 도와줄 시다리를 찾는 것이라고.그는 키를 잡고 있는 창조주의 존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가시의 사명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7월의 어느날 우주가 손목 관절을 우두둑 꺽으며 공기중에 숨어 있던 이온들의 작은 주머니들을 터뜨리고, 벼락으로 전신선을 때려 데입리드의 연구실을 불꽃으로 날려 그의 생명의 나무, 계보학 지도와 물고기 표번들을 잃고, 첫번째 아내를 폐렴에 잃게 되는 불운을 겪게 되지만 순발력있게 신속하게 움직이며 다시 재혼에 성공하며 자신의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불굴의 투지를 보인다. 즉 그의 낙천성의 방패가 작용한 것이다. 그는 1891년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학장에 마흔살에 취임한다.
그는 여기에 홉킨스 해변 연구소라는 해양 연구시설을 새로 만들고 직접 관찰을 중심으로 연구를 한다. 그리고 논쟁거리가 많았던 아가시의 조각상을 건물 입구에 세운다. 아가시는 미국에서 다원발생설( 각 인종들은 서로 다른 종이며 특히 흑인은 인류보다 낮은 종이라는 믿음)을 가장 극렬하게 옹호한 이이며, 흑인들이 생물학적으로 문명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상이 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철학자 트렌턴 메릭스는 만물의 존재에 관해 너무나 깊은 의심을 품고 있는 나머지 의자처럼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들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요지는 우리가 만물에 붙인 이름들은 잘못된 것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겸손을 유지하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 삶속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개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확실한 것은 분류학자들도 명명이라는 일에 대해 다소 미신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아고노말루스 요르다니 .데이비드 조던이 1904년 일본해안에서 발견해서 명명한 어류. 아무 의심없이 무방비 상태로 있던 갑각류들을 공격해 빠른 속도로 먹이를 덮치는 고요한 오싹함을 주는 어류. 모서리가 없는 조던. 뫼비우스 때처럼 두개의 면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하나인면, 두면 사이의 경계는 결코 찾을 수 없다. 데이비드는 왜 하필 이 생물이 자신을 반영한다고 느꼈을까. 일종의 고백? 그가 수 많은 물고기를 발견해 명명해 갈수록 세계는 그 거대한 세계는 조용히, 참을성있게 앉아서 그가 틀렸음을 증명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딸 바바라의 죽음. 그가 말하는 어제 겪은 일처러 깊은 상처로 가장 잔인한 개인적인 재앙이 그를 강박적으로 물고기를 수집하는 것으로 내몬다.
6. 박살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붕괴와 더불어 폭발과 화재로 3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가 꼼꼼하게 이름을 지어줬던 물고기들이 형체없는 미지의 존재들로 돌아가 바닥위 유리 파편들과 함계 나뒹굴었다.그리고 아가시의 조각상은 거꾸로 모래에 머리부터 파묻혔다. 혼돈.
데이비드 조던의 책에서 저자는 그가 어떻게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고자 한다.
7.파괴되지 않는 것
데이비드의 책들을 뒤적이며 작가는 그가 마술적 사고 탓으로 돌리는 것 중 고통, 무지 ,전쟁등을 꼽으며 16세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었다는 이유로 화형당한 천문학자 브루노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그의 말 ”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 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는 말을 인용한다.
또한 그는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은 자기 발전에 대한 저주라는 것. 자신을 정체시키고 자기 개발을 저해하고 도덕적으로 미숙하게 만드는 길이자 멍청이가가 되는 지름길이라 일갈한다. 그는 과학적 세계관이 골치 아픈 점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때 그 세계관이 보여주는 것은 허망함 뿐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까르페 디엠의 구호를 외치며 그 어디에도 바로 여기 , 지금, 오늘 만큼 하늘이 파랗고풀밭이 푸르고 햇빛이 밝고 그늘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곳은 없다.”
혼돈이 주는 냉기를 떨쳐버리는 한가지 방법“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투쟁과 분발, 게으름에 대한 저주. 실존적 연구라는 수척한 학문에 생명의 이온들을 하수구로 흘려버리지 말고 분발하여 경이로운 과학적 수수께끼를 푸는데 쓰라는 권고. 저자는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조단의 글에서 발견한 글귀를 읽고 잠시 경악한다. 그러나 친구의 편지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한다. ”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정교한 무언가를 쌓아 올렸다가 그 모든게 무너지는 걸 목격한 그 사람. 그 사람은 계속 나아갈 의지를 어디서 다시 찾았을까. 계속 가고 싶든 그렇지 않든 어쩄던 계속하게 하는 것,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을 카프카는 <파괴되지않는 것 “이라고 불렀다. 파괴되지 안흔 것은 낙관주이아 전혀 무관해 더 심오하고 자의식은 덜하고 ..”
8. 기만에 대하여
지그문트 프로이트, 에릴 에딕슨은 자기기만을 정신적 결함이자 시각에 생긴 문제여서 치료로 교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정확한 시각은 정신의건강을 보여주는 표지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장미빛 자기 기만 이라는 특징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고 우연한 사건들을 가능한 정도보다 훨씬 더 잘 통제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꾸준히 확인됐다. 즉 자기가 실패한 것보다 성공한 것들을 훨씬 더 쉽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기만이라는 용어는 긍정적착각이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바뀐다. 약간의 자기기만은 강한 정신력에 더 유익하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많은 심리치료사들이 “스토리 이디팅 또는 리프레이밍 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환자가 자신에 대한 인식을 좀 더 긍정적인 빛으로 무들이도로 부드럽게 유도하기 시작한다는 것. 즉 작은 거짓말이 큰 효과를 낸 다는 것.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가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흔 모든 거시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깍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 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승리를 거두기도 한다는 것. 2000년 초에 앤젤라 더크워스라는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는 심리학 박사가 되어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그 중 한가지 특징은 그릿 (Grit)끈질긴 투지 라는 이름을 붙였다. 긍정적 착각이라는 인지적 결함이 그릿을 획득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가 바로 그 전형적인 그릿의 대표주자로 보였고 그는 심지어 자신의 이미지를 헤칠 수 있는 정보는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가 있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데일비드 조던은 오만을 복용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할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증거인지 모른다고.
하지만 긍정적 착각이 순전히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자기 고양 이라는 수백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마이클 터프너는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들의 자기과시가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지만 정작 자신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공동체 안에서 좋은 평판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놓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긍정적착각, 기만은 단기적으로 혜택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비용을 치룬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넌 구려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네말이 맞아“라고 말하고 다시 덮개 밑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고 그런 모욕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반격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충분한 이들은 이미 자존감이 두둑한 이들이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매우 높가하는 이들이며, 이에 대한 증거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 지배자 민족 에올로기, 기족들의 결투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 길거리 깡패들의언어구사등에서 볼수 있다.
“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하고 보는 사람들이라기 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조던은 자신의 관용과 관대함을 자랑스러워했지만 파리 한 마리를 잡는데 대포알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9. 세상에서 가장 쓴 것
스탠포드 대학을 공동창립한 제인 스탠포드의 죽음을 둘러싼 데이비드 조던과 관련된 독살설은 이후 그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의 그에 대한 괴상한 애착과 그가 작가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의 냉소, 꽃들에 대한 그의 몰두, 그 어떤 불운이 자기 앞에 닥쳐와도 주저앉기를 거부하던 투지 넘치는 결연함. 하지만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의외의 부정적인 면을 발견하며 작가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그가 주장하는 의견의 제국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측면을 발견한다. 또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쓴것이라고 묘사했던 위험하고 강력한 물질, 제인을 죽음에 이르게한 물질 , 스트리크닌이 그의 물고기 확보하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10. 진정한 공포의 공간
데이비드 조던이 알프스의 ”아오스타마을 “을 방문하면서 조던은 자선과 회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락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책을 집필하였으며 인류의 쇠퇴를 예방학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위험한 책을 썼다.
그가 미국땅에 널리 보급했던 ”우생학“이라는 것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다. 그는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선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주인공을 선별할 수 있는 힘을 조작 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고 정신박약, 방탕함,가난, 범죄, 문맹등 그가 혈통과 관련된 것이아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롯써 말이다. 그 는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 이라고 불렀다.
데이비드 조던은 ” 생물학적 유전에 너무 가한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인간의 성격을 이루는 것의 거의 모든 특징을 생물학적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과신했고 가난 게으름 새들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단지 혈통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생학자들이 주장한 부적합자들의 박멸을 위해 실제 미국 전역의 뒷골목에서 불임화 수술이 은밀히 행해지고 때로는 처형까지 자행되었다. 그리고 이후 우생학은 미국의 모든 명망있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이 되었다. 1916년 매디슨 그랜트 라는 자가 < 워대한 인종의 소멸> 이라는 책을 써서 히틀러가 최조 강제 불임화법을 통과시켰다. 무엇보다 우생학을 둘러싼 이견의 핵심은 다윈의 < 종의 기원>에 있었다.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기온급변 경쟁자 약탈자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 올때도 그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동질성은 사형선고 와도 같다. 다윈은 “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섫 다른 유형 개체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주는지 심지어 완벽하게 자기 복제 할 수 있는 벌레들과 식물들까지도 새로운 변이형을 만들어 낼 수 있게끔 유성번식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실들은 정말로 이상하구나 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다시 말하면 “ 당신의 유전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라”는 것이다.
남조세균 은 바다에 사는 작은 초록 점 같은 생물인데 인간의 눈에 너무나 하찮게 보여 수세기 동안 우리에게 이름조차 없었는데 1980년 대 어느 날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상당량을 이 남조세균들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우연히 발견하였다 .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 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으로 이는 때로 “ 민들레 원칙”이라고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생학자들은 이런 단순한 상대성의 원칙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유전자 풀에서 필수 불가결한 다양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지배자 인종을 구축할 최선의 기회를 망쳐버리고 있었던 샘이다. 이후 20세기를 횡행한 미국내의 원주민과 흑인 그리고 그들이 분류한 부적합자들에 행해진 불임화 수술이라는 만행은 조용한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었고 이를 뒷받침한 골턴이라는 자의 우생학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끈떡지게 미국사회에 달라 붙어있다 .
10. 사다리
데이비드 조던이 자기 권력을 놓지 않으려 투쟁하는 와중에 짓밟힌 사람들-제인 스탠퍼드 그가 해고한 스파이, 그에서 성도착자 소리를 들은사서등등- 에 대해 알게 되며 작가는 오싹함을 느낀다.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 결국 그는 악당이었던. 것이다. 숨어있는 보잘것 없는 것에 몰두하고 관심을 기울이던 그 상냥했던 소년이 어떻게 바로 그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존재들을 기꺼이 말살하려는 남자가 된 것일까.
그것은 긍정적 착각은 경계하지 않고 내벼려 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것.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것.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연의 사다리” 라는 믿음이다.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동물은 인간들이 스스로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다. 까마기는 우리보다 기억력이 좋고 침팬지는 우리보다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나며 개미는 부상당한 동료를 구출하고 주혈흡층은 우리보다일부일처제 비율이 더 높다. 인간을 꼭대기에 두는 단 하나의 계층구조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무리해서 곡예를 해야한다. 우리는 가장 큰 뇌를 갖고 있지도 않고 기억력이 가장 좋은 것도 아니다.
사다리는 없다. 다윈이 그토록 노력했던 것. 나투라 논 파싯 살툼. 자연은 비약하지 앟는다.
계층구조를 놓아버리는 것은 삶의 회오리 바람을 풀어놓는 일, 딱정벌레와 매와 박테리아와 상어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의 주변 그의 위에서 빙빙돌게 하는 일, 혼돈.
즉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 혼돈을 이길방법이 없다. 이렇게 희망을 놓아버린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할까.
12. 민들레“
우생학에 근거해 사회 부적합자라는 딱지로 분리해 불임화 수술을 자행한 린치버거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생존한 이들을 만나러 작가는 간다.
애나와 메리 .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이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정확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똑깥이 행동하는 것이다.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터무니 없는 믿음 때문에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데이브 스타 조던. 그럴 순없다.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 한다.
제꼬리를 먹는아로보로스, 복수를 하겠다고 나무로 기어 올라갔지만 높이 뜬 독수리라는 진실에 얻어 맞아 나까 떨어진 파란 꼬리의 스킹크.
메리와 애나.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것은 서로을 빈틈없이 돌보고 서로의 슬픔을 찰싹 때려 쫒아버리고, 모든 농담을 재빨리 받아주고 ,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경쾌함.
서로 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 다정하게 흔들어 주는 손, 여닐로 그린 스케치, 이 그물망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 두는 힘 자체 일 수도 있다. -민들레 버칙.
화가에게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을 보려고 노력하느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분류기술을 실행하고 다윈의 충고대로 진화상의 친연성에 따라 생물을 분류함으로써 작동시킨 그 과정이 치명적인 발견으로 이어졌다. 1980년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는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개념을 캐럴 계숙 윤의 경이로운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서 작가는 처음 접한다.
분기학자들에 의한 발견은 단순했고 미묘했고 특출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아주 놀라운 관계들을 드러내기 시작 했는데 예를들어 박쥐는 날개가 달린 설치류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낙타와 훨씬 더 가깝고, 고래는 실제로 유제류 (발굽이 있는 동물로, 살슴이 속한과)라는 사실이 그렇다.
어류가 견고한 진화적 범주라는 말은 실제로 완전히 헛소리 라는 것이다.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묶을 수 없다는것. 상어와 가오리들은 오히려 포유류와 유사하고 비늘이 일는 송어와 장어보다 우리와 훨씬 더 거리가 멀고 진화상으로도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되었다고 한다. 고착생활을 하는 멍게는 엄밀히 말해 척추동물은 아니지만 척삭이라는 척추와 비슷한 구조물을 가장 먼저 갖춘 생물로 퇴보한 존재가 아니라 정반대로 혁신가 였던 셈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물고기를 놓아줌으로써 얻게되는 결과로 또 다는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를 거라는 생각.
” 인간의 직관을 뺴앗아감으로써 일반 대중이 인간의 애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경에 더더욱 무관심해지도록 만들거라는 걱정. 물고기의 죽음을 그토록 아름답게 설명한 책을 썼음에도 윤의 한 부분은 단순한 언어로 돌아가기를 갈망헀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있는 회의로 닦인 다는 것.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
물고기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색을 보며, 특정한 기억 과제에서 우리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이고 도구를 사용하며 바하의 음악과 불루스를 구별할 줄 안다고한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무시해버리고 그냥 어류라고 퉁치는 게으름의 사유는 “ 언어적 거세”라는 것.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
“성장한다는 것.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물고기가 존재 하지 않는 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어 놓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 사실을 몇년 전에 과학자들이 알아냈다고 한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순간 인정하는 것, 산사테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곳. 우리가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 과학은 늘 오류가 있고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
질서 , 다른 단어도 생각해보면 그것은 오르디넴이라는 라틴어에서 왔는데 그 단어는 베틀에 단정하게 줄지어 선 실의 가닥들을 묘사한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단어는 사람들이 왕이나 장군 혹은 대통령의 지배 아래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은유로 확장되었다. 1700년대에 와서야 이 단어가 자연에 적용되었는데 그것은 자연에 질서정연한 계급구조가 존재하는다는 추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있는 생명들을 해방시키는 것…
사다리는 아직도 살아 있다.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그렇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갖게 된 인식의 편협함과 편견 ,그리고 자신을 끊임없이 갈가먹고 있는 불필요한 경쟁심과 질투 그로 인한 자의식의 감옥들.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견고한 통념의 늪들.
완고한 것들을 붙들고 있는 개념의 사다리를 허물 강력하지만 부드럽고 예민한 민들레들의 영토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언어와 관계들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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