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지네

숨그네 2020. 3. 23. 13:34

어둠속의 모색을 중지시키며
독침을 날새게 찌르고 빛의 세계에서
다시 후퇴해 들어가는 놈의 촉수는
비범이다

노골적인 적의 너머로 번뜩이는 야햡의 손
어둠속에서는 예외없이
그의 그물망에 걸려 표적이 될 것이다
깨어나지 못학 흐물거리는 의식의 정수리에
싸늘하게 포진하는 뭉클한 어둠 덩어리
놈의 세계이다

통증
세계를 인식하는 직접적이고 표면적인 감각
잽싸게 놈의 존재와 대면하는 순간은
고통의 집중적 표현이다

어둠속에서 가늘게 흔들리는 빛
드러냄의 희열과 나란히 누운 고통이여

어둠에 잠들지 못하는 육체를 가로질러
다시 촉수를 세우는 놈의 흔적은
집요이다

한치의 게으름없이 그와 만나는 시간
시간은 심연이고 나락이다.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강의 오후 2  (0) 2020.03.23
봄의 환  (0) 2020.03.23
인간과 인간  (0) 2020.03.23
마지막 전언  (0) 2020.03.23
굴강의 오후  (0) 20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