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순이의 잠이 길어졌다. 우리곁에 머문지가 벌써 14년이라니.. 순이는 백내장으로 거의 앞이 보이지않아 자주 허공을 그냥 처다보고 있곤한다. 그리고 거의 귀가 들리지 않아 간혹 간식을 줄 때엔 하이톤으로이름을 불러야 그나마 소리의 향방을 가늠하고 두리번거리며 온다. 똘이는 가느다란 다리가 거의 바닷개의 다리처럼 휘어졌고, 등은 사막의 낙타등처럼 구부정하다. 둘다 젊었을 때의 때깔을 벗고 기름기가 빠지고 털은 헐거워졌다. 하지만 아직은 둘다 건강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두녀석의 생태를 좀더 들여다 볼 시간들이 늘었다. 함께 더 오래 살 수 있기를.. 오래 전 장그로니에의 "어느개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다. 언제나 그의 글은 누구의 말처럼 더이상 깍을 수 없을 정도로 정으로 다듬어진 대리석 같이 명료한 문장을 쓴 작가로 평가되지만 이 작품은 함께 살다 결국 안락사 시킨 자신의 반려동물 타이오에 대한 애정과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깊게 사유하고 회의하는 아주 개인적이고 따뜻한 기록물이었는데 장 그로니에는 타이와의 늘어진 잠에 대해 무척이나 부러워하면서 그렇게 아무런 두려움과 염려없이 평화롭게 자고 있는 개는 얼마나 좋은가 라며 안락의자에서 같이 늙어가는 자신의 불안한 잠을 아쉬어했던 것 같다.. 그의 문장을 인용해 본다.
"내 개가 더없이 그리워지리라. 내 개는 주인이 얼마나 자기를 필요로 했는지 알았을까? 나는 그가 늘 함께 있기를, 나오함께 산책하고 식사자리를 함께 하기를 바랐을 뿐 아니라 더 이상한 일은 떨어져 있을 때도 그가 더 필요했었다.....
타이오가 마지막 순간을 보낸 방 이야기를 할려고 하니 생각난다. 어떤 고장에서는 가족 중 한사람이 죽음을 맞이한 방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관습이 있고 그 방에는 모든 것을 그대로 둔다.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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