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르고 서로 이어진다.
"산다는 것은 말하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던 문장들로 부터 삶의 형태들을 받는 것입니다. "-롤랑바르트의 [마지막강의]
그것을 알 필요가 없다. 나는 그것을 묵자의 세계관이라 부른다
"우리가 보는 언어들이 전부 묵자인데 그것을 묵자라고 칭한다는 것을 우리는 왜 몰랐을까. 한번도 그 말을 들어본 적 없고 본 적 없으며 말해 본적이 없는 이유는 우리는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정 우리 자신을 잘 모른다. 프리드리히 니체"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해재를 쓴 정화열 선생은 상식또는 공통감이란 사유의 한 양식이라기 보다는 사유의 무능이 아닐까. 우리가 상식적으로다가 라고 말하는 순간에 실로 얼마나 자주 생각을 사리분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지를 생각해보면 상식은 사유라기 보다는 굳은 믿음에 가깝고 몸에 밴 습관에 가깝지 않을까..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147면"
"혁명이란 무엇인가. 황정은은 그건 번개처럼 크고 단절적인 절대적인 힘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진공관 속의 빛과 소음을 발견하는 일이라 말한다. 어떤 사소한 사물조차 "세상에 그거 한대 뿐"이라는 유일성을 담고 있음을 인지한 자라면 그안에는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므로.. 그리고 이 뜨거움은 시대가 주는 환멸과 낙담으로 부터 벗어나는 길을 열어낸다. "
"특별한 문제로도 인식되지 않을 만큼 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사회라면 그 문화가 이어받아온 사유의 메카니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일 것이다. 아렌트가 묘사한 아이히만 식의 상투성을 사유하는 것에 대한 무능함을 화자의 아버지를 통해 말하고 있다."
"틀을 쥔 인간은 틀의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한다. "-159면
"일상속에서 사소하게 치부되어온 문제들과 지워져온 존재들을 위해 무한히 많은 혁명들이 계속되어야 하고, 정말 혁명이 도래하는 그날에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는 대신에 모두가 말하게 될 것이다. "
황정은의 산문을 읽고 난 후 첫번째 만나는 그녀의 소설집이다. 90년대 나는 어린교사로 시골에 살면서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투쟁이 가장 살갗에 와닿는 정치적 투쟁이었고, 아침출근길에 신발장에서 자신의 신발을 꺼내놓지 않고 내것만 꺼내 신는다고 요즘 것들은 어른을 공경하지 못하는 싸가지 없는 것들이라며 아침 댓바람부터 교장으로 부터 뒷통수에 말로 일격을 당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야만의 나날이었다. 그 야만의 시대를 조금씩 바꾸어 내는 일들은 산을 옮기는 일보다 더디고 힘든 일이었지만 의지가 모이면 산을 옮길 수 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 값진 시간들이었다. 학교 현장이 우리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바뀌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전 서울 한복판에서 "전교조 아웃"을 외치는 교육감 후보자의 현수막을 보며 무섭고 섬찍했다. 그 이후 촛불투쟁을 위해 몇번 상경하고 외국언론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중 하나인 무혈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시기를 살았다. 그리고 또 다시 역사의 시계는 다시 뒤로 돌아가고 있다. 우익은 힘이 세고 무차별적이며 반도덕의 후안무치를 무기로 활용하며 드세게 민주화의 열매를 으깨고 득세중이다. 황정은 소설의 힘은 사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날마다 살아가는 현장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이 실은 상식적인 판단을 포함해 정치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런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마루 밑에 곰팡이가 피었는지 어제 신다 벗어놓은 신발 한짝이 잘 있는지를 살피며 유심히 드러다 보는 감각의 활동만큼이나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숱한 상식적인 올바름이라는 오해를 낳는 일화에서,특히나 정의로운 활동의 과정과 결과에서도 배재되거나 왜곡되는 소수자들과 여성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아프고 통절하다.
올바른 틀을 가지고 틀의 방식으로 사유하며 고정된 틀의 위험을 알면 또 유연하게 벗어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녀의 두번째 소설 " 년년세세"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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