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빨강머리 앤을 위하여 1 (메슈)

숨그네 2022. 8. 23. 15:36

“ 우리가 그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  
이렇게 달콤하고 눈물나오게 사랑스러운 말이  최근 캐나다  CBC에서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내보낸  빨강머리 앤에서 메슈가 한 말이다. 어린시절 초등 3학년때로 기억된다. 저녁 무렵까지 아껴가며 책장을 넘기면서 앤과 함께 저녁나절을 책속에서 만나곤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가여운 말걀량이 앤만 보였다. 내 또래 였으니까.  이번에 넷플릿스 에서 만난 빨강머리 앤에서는 앤을 둘러싼 많은 인물들과 새롭게 서사구조를 이끌고 가는 다양한 이슈들, 가족,패미니스트로서의 앤, 공동체, 노예제와 인종차별, 원주민문제, 동성애, 교육등이 매 에피소드에 녹아있어 생각할 수 있는 폭을 넓혀놓은 것 같다.
그중 나를 가장 감동시킨 인물은 단연 메슈이다. 그리고 메슈의 누이 마릴라. 그들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려 빗장을 열게 만들면서 외로움과 고독으로 점철된 지난 삶을 환하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적인 학대와 외로움을 상상력으로 극복해낸 수다쟁이 고아소녀 앤이다.
앤을 살게 한 것이 결국 앤을 입양하여 그들의 가족으로 삼은 상처받은 메슈와 마릴라를 살게 만든 것이다. 수줍고 극 내성적인 매슈가 어린 앤이 종알종알 자연과 나누는영감넘치는 찬사와 긍정의 말들을 들으면서 어린시절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도 없이 골방에서 혼자놀곤 했던 메슈의 외로움에 닿고 그에게 메직과 같은 힘을 발휘하게 만든것은 앤의 지칠줄 모르는 상상력과 따뜻한 공감력이었을 것이다. 수다쟁이 그리고 공상으로 자신의 세계에서 자유로웠던 천재적인 이야기쟁이 앤이 갖게 된 공감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건 천부적인 재능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곤경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제인에어를 비롯한 책읽기였을 것이다. 책을 통해 앤은 자신이 처한 비참한 상황과 몰이해를 넘어서 자신을 지켜내가며 공상속 세계를 마음껏 그리면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비참과 역경은  책읽기를 통해 그를 주눅들게 하지 않았고 그 어떤 놀림과 멸시에도 견뎌낼 수 있는 자존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을 따뜻하게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준 메슈와 마릴라의 친절한 사랑으로 자신을 넘어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과 이웃들의 곤경을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한 것일 것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부드럽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수줍은 어른 메슈는 앤의 공감력과 상상력으로 충만한 자유로움으로 잃어버린 유년을 찾았을 것이고 우울증 때문에 자신에게 사랑을 거둔 엄마와의 냉정한 단절로 인한 사랑의 결핍을 앤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사랑으로 충만하게 채우게 된 것이다.
사랑을 받을려면 먼저 메슈처럼 사랑을 주는 아니 어쩜 사랑은 주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사람들은 구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수줍고 배려깊은 내성적인 메슈를 위하여 수다스럽고 열정적인 앤이 그에게 뛰어가 안기는 장면이 너무 감동스러워 울컥한다.
내성적인 모든 이들을 마치 대변하는 듯 하는 메슈.. 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