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상의 루틴이 강박이 되지 않기를

숨그네 2022. 9. 22. 13:08


주기적으로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처럼, 지구를 돌고 있는 달 처럼 주기적으로 변함없이 일정한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삶의 안정성과 질서를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가끔은 이런 루틴이 강박이 되어 정해진 틀에 자신을 가두고 작은 변화를 주는 것에도 두려움과 불안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속성과 변화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운 여름을 견뎌내어 가을의 햇살과 바람한줄기에 감사하는 마음에는 일상의 변화가 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집에 놓여있는 가구들을 한달에 한번씩 재배치하여 한결같은 공간의 테두리가 정신을 압박하고 획일화시키는 위험에서 의도적으로 빠져나오는 시도를 한다고 했다. 어제 읽은 미국흑인 여성 작가 토니 모리슨의 “ The blueset Eye” 한 등장인물 폴린은 사고로 흉칙하게 다쳐 변형된 자신의 발목으로 삶의 균형을 잃게 되자 집의 살림도구에서 주변의 모든 헝클어진 잡동사니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제2의 천성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의 육체적 결함을 치유하고자 노력한 인물이다. 그로 인해 존재의 불균형을 다시 맞추어 살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듯 변화와 창의적인 변형은 결국 자신과 세계 사이에 놓인 거리를 좁히기도 넓히기도 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늘상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을 유지 하는 것이 때론 우리의 삶의 모습을 고착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꼭 정해진 대로 청소를 하고 신문을 보고 책을 읽는 내 자신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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