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지 못해도 좋다.
내가 걸었던 길에 후회가 없다면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해도 좋다.
내가 걷는 길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빈센트는 그림속의 붓질 하나하나를 통해 내게 말하고 있었다-정여울

“여전히 내가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은 거대한 성당이 아니라 민중의 눈이야. 사람의 눈 속엔 대성당엔 없는 것이 있거든. 아무리 대성당이 장엄하고 화려하다 하더라도, 내게는 불쌍한 거지든, 그저 지나가는 행인이든, 인간의 영혼이 더욱 흥미롭단다.” -빈센트 반 고호
영혼의 소용돌이처럼 꿈의 찬란한 폭발처럼 밤에 환하게 빛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를 그릴 때도 빈센트는 외롭고도 외로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받지 못했지만 사랑만이 인간의 영혼을 구원 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도 믿었던 빈센트는 이렇듯 폭발하는 생명력으로 별을 그려냈다.

“ 아름다움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우리를 단번에 무한으로 이끌어준다.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 처럼.”
헝클어진 머리와 들쑥날쑥 돋아난 수염, 그리고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다니면서 이웃들의 무관심과 멸시를 감내했던 그, 그러면서도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놓지않았던 그. 자신의 몸으로 정직하게 노동하며 삶을 살아가는 고통받지만 숭고한 영혼을 지닌 광부들, 농부들, 노동자들에 대한 무한한 연대와 감사. 그리고 그들에게 아름다움을 부여한 빈센트.

“검푸른 밤하늘 카페테라스에서는 커다란 가스등이 켜져 있었단다. 그 위쪽으로론 별링 반짝거리는 푸른 하늘이 보였지.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릴 때마다 나는 놀라곤 한다. 이 그림을 그릴때 검정을 전혀 쓰지 않았고, 아름다운 파랑과 보라, 초록 만을 써서 밤하늘을 그렸다.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아주 밝은 노랑으로 그려보았지. 이 밤하늘에 붓으로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은 정말 행복했단다. ‘- 빈센트 반고호 빌에게 쓴 편지
아를의 <밤의 카페테라스>
순간을 포착해서 잡아두는 예술가의 예술적 터치는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영원회귀처럼 느껴지게 한다.

“ 자본을 거의 가지지 못한 개인의 노력이 결국 미래의 씨앗이 될 것이다. “-빈센트 반고호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자신을 모델 삼아 수점의 자화상을 남긴 빈센트. 고갱을 비롯한 예술가들의 사회공동체를 꿈꾸며 서로 배우고 연대하며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기를 꿈꿨던 이상주의자. 그의 꿈은 그의 편집적인 집착과 광기어린 열정으로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상처는 오랫동안 빈센트를 힘들게 했지만 그 또한 자신을 드려다보는 자화상그리기를 통해 점차 극복해 나간다. 자신을 드려다 보는 것은 얼마나 치명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인가. 빈센트는 자신을 대면하면서 자신의 한계와 한계 너머의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빈센트가 그려낸 여인들은 성적대상으로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느 작품과 대조적으로 강인하고 때뜻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한껏 가지고 있는 다른 모든 대상들과 특별히 다를게 없는 , 다시말해 남성 화가에 의해 대상화되거나 신화화된 인물이 아니다. 카페 여주인공 지누부인은 품위가 있고 책을 읽는 지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의 표정과 태도는 당당하고 여유가 있다.

테오에게 선물한 빈센트의 작품. 그의 거실에 걸려있었다. 테오는 형과 사나운 애착 ( Fierce Attachment) 관계속에서 살면서 아들에게 형과 같은 이름인 빈센트를 지어주었다. 아들 빈센트는 엄마인 요한나와 함께 빈센트 형제의 사후에 수없이 많은 유작들을 모아 빈센트 기념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유난히 빈센트의 의자가 마음에 드는 이유가 뭘까. 의자가 상징하고 있는 것, 휴식,쉼, 평안함. 평화, 무위, 내려놓음. 사색등과 관련있어서 그럴까. 하루도 쉬지않고 수천점의 그림을 유작으로 남긴 빈센트의 노동강도는 엄청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그리기가 그를 살게 했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증명이었으니까.

프랑스 근교 오베르쉬르우아즈에 나란히 놓인 빈센트와 동생 테오의 무덤.
죽어서야 함께 오랫동안 그토록 꿈꿨던 동반의 삶을 살 수 있다니.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 대한 사랑과 동생으로 부터 받은 정신적인 지지와 응원, 물질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 그의 화가로서의 삶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오 또한 화상으로서 빈센트의 변화무쌍하고 돌발적미여 감당하기 쉽지 않은 형의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려낸 작품이 있었기에 그의 삶에 빛과 그림자가 되지 않았을까.

“ 마침내 밀을 수확하는 농부의 그림을 다 그렸어. 이 그림은 온통 노란색으로 뒤더여 있어. 아주 두껍게 물감을 칠했고, 그림의 주제는 지극히 단순하고 아름다워. 농부는 낫으로 밀을 ㅂ레면서 땡볕 아래서 자시느이 임무를 다하려고 애쓰고 있지. 온 힘을 다해 일을 하는 농부는 희미하게 그려져 있는데. 그가 베고 있는 밀이 곧 우리 인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죽음의 이미지로 보이기도 해.하지만 죽음은 슬픈 것이 아니야. 타오르는 태양이 모든 것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환한 대낮에 이루어지는 일이거던. - 빈센트 테오에게 쓴 편지-
생레미 요양원에서 단조롭고 답답하게 살았지만 빈센트는 이 시절 자기 인생에서 가장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림에 집중했다고 한다. 기다리다 지쳐버린 고갱과의 해후, 평생 함께 시골 오배르쉬르우아즈에서 살고 싶었던 제2의 아버지라 불렀던 동생과 요하나와 조카 빈센트와의 불가능한 미래.,발작에 대한 두려움.혼자 남겨진자의 외로움과 고립감.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죽음을 예감한 빈센트의 그림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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